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K라이프스타일 전략이 미국에서 전통주 브랜드 '자리'로 첫 시험대에 오른다. CJ제일제당은 자리를 앞세워 K푸드를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사케가 일식 세계화의 한 축을 담당한 것처럼 자리가 K푸드 다음 단계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8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자리는 이달부터 미국 파인다이닝과 프리미엄 레스토랑 등 외식 채널에서 판매된다. 서울에서 론칭 행사를 열고 첫 제품인 '자리 문배술 24'와 '자리 가무치 24'를 공개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CJ제일제당은 자리를 통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한식과 전통주를 함께 즐기는 한국식 마리아주(mariage)를 제안한다는 구상이다. 비비고로 쌓은 K푸드 인지도를 우리 술과 식문화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자리의 미국 진출은 이재현 회장이 강조해온 'K라이프스타일' 확장 전략이 구현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주요 사업장을 찾아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미 모든 사업을 K라이프스타일로 연결해 미국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도 자리 국내 론칭 행사에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이러한 전략에 맞춰 식품 사업의 역할은 넓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식품사업 부문 명칭을 라이프스타일식품 부문으로 바꾸고 한국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역할을 맡았다.
CJ제일제당이 전통주에 주목한 것은 한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 음식에는 와인, 일본 음식에는 사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지만 한식과 함께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우리 술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를 통해 K푸드를 알려온 것처럼 한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술을 소개하며 한국의 식문화로 저변을 넓히려는 취지"라며 "파인다이닝 등에서 음식과 함께 즐기는 술로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이 일정 궤도에 오른 만큼 음식 자체를 넘어 식문화 전반으로 접점을 넓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라면과 만두, 김치 등 식품 수출만으로는 소비자 경험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식당과 파인다이닝을 중심으로 음식과 술, 콘텐츠가 함께 소비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K푸드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사케는 단순한 주류를 넘어 일식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식품해외프로모션센터는 일식과 사케를 함께 즐기는 문화를 알려왔다. 미국 사케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억2000만달러에 이르며 일식당은 약 2만6600곳이다.
CJ제일제당은 자리를 한식과 함께 소비되는 대표 전통주 브랜드로 육성해 한국 식문화의 접점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문배술과 가무치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전통주를 세계 시장에 소개하는 'K스피릿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직접 제조에 나서는 대신 국내 양조장의 제조 기술에 자사의 상품화·브랜딩 역량과 유통망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첫 제품은 각각 문배주양조원, 다농바이오와 협업해 개발했다.
업계에서는 자리가 전통주 브랜드를 넘어 K푸드 다음 단계인 K라이프스타일 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푸드의 다음 성장축이 음식이 아닌 식문화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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