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당 주도로 채택했다. 지난 15일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이날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야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주도로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굳이 이런 강수를 두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맹탕'으로 끝났다. 민주당의 반대로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채택되지 않은 데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배우자 관련 의혹 등 핵심 쟁점은 어느 것 하나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김 후보자의 답변이 사실과 다르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에 등장하는 제넨셀 설립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정모 판사와의 관계에 대해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2008년 변호사 개업 이후 정 판사가 담당하는 재판부 사건을 수임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재판부 사건의 소송대리를 맡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조차 여러 의혹을 들어 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평가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적합 의견이 적합 의견보다 두 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제기된 의혹을 충분히 검증하고 숙고할 시간을 갖기는커녕 청문회 이틀 만에 보고서 채택을 밀어붙였다. 게다가 여당 간사는 청문회 당시 김 후보자의 "차분하고 단단한 모습이 국민 마음에 와닿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평가하기도 했다.
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본인과 가족의 철거민 특별공급 논란과 아들의 7억 원대 상가 매입 문제 등이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강 후보자는 특별공급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보상이라고 반박했지만, 아들의 상가 매입 등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한국군의 국방력이 '세계 5위권'이라며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겠다고 밝혔고, 사관학교 통합에 대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보인다"면서도 통합 의지를 보였다. 주요 국방 현안에 대해 국방 책임자로서 균형잡힌 시각을 갖추는 대신 이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데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보와 군의 미래가 걸린 사안일수록 정책 방향에 대한 보다 치밀하고 균형 잡힌 검증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여당은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잇따라 단독 처리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18일 기자회견을 갖는다. 국정 운영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할 자리다. 그런데 바로 전날 여당이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밀어붙였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소통과 민심을 강조한들 국민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겠는가. 여권은 지금이라도 속도전을 멈추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 이번 기자회견이 정면 돌파의 자리가 아니라 민심 흐름을 제대로 읽고 국정 운영의 방향을 바꾸는 '전략적 선회'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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