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국산 GLP-1 비만치료제 '에페'가 연내 출시를 앞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위고비·마운자로와 경쟁할 가격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한미약품 사옥 전경./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의 국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가 위고비·마운자로보다 얼마나 낮은 가격에 출시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체중감량 효과에서는 경쟁 제품에 다소 못 미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외국산 치료제가 장악한 국내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에페가 위고비보다 20~30%가량 낮은 가격에 출시될 경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가격 기준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에페의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목표로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뒤 임상 유효성·안전성과 품질·제조공정 등에 관한 자료를 보완해 제출하고 있다. 에페는 지난해 11월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에 지정됐다. 한미약품은 10월 중 허가가 나오면 한 달 이내 제품을 출시해 연내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에페의 시장 안착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는 가격으로 꼽힌다. 현재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월 투약비는 용량과 의료기관에 따라 30만~7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생산·공급망을 활용해 환자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직 최종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내 생산·공급망을 바탕으로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가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주목받는 이유는 임상 결과 때문이다. 에페는 국내 비만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40주 투여 후 평균 9.75%의 체중감량률을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위고비와 마운자로에는 못 미친다. 다만 전문가들은 임상 기간과 환자군, 투약 용량 등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에페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효과 차이를 상쇄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페의 약가가 위고비보다 최소 20~30%가량 낮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위고비의 월 투약비를 기준으로 하면 에페는 월 20만~50만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야 시장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만이 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환자들은 수개월 이상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월 투약비 차이는 실제 처방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급 능력도 변수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효과뿐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글로벌 수요 증가로 일부 국가에서 품귀 현상을 겪었다. 에페는 국내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요소를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동시에 확보될 경우 후발 주자라는 약점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2426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지난해 8195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이상 커졌다. 현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약 86%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페의 출시는 첫 국산 GLP-1 비만치료제 등장이라는 의미를 넘어 외국산 제품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 구조와 가격 체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출시 가격이 시장 판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