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부품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대부터 축적해온 고무 배합과 물성 제어 기술을 친환경차와 전자제어 섀시 분야로 빠르게 넓히는 모습이다.
신사업 중 가장 앞선 분야는 수소연료전지 부품이다. 계열사 평화오일씰공업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스택용 '금속분리판 일체형 개스킷'이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현대자동차 넥쏘에 양산 적용된 이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수소전기버스로 적용 범위를 넓혔고 2023년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넥쏘 한 대에 들어가는 이 개스킷만 900여 개에 달한다.
평화산업도 차세대 섀시 부품인 에어서스펜션으로 기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1년부터 에어스트럿·에어스프링 국산화 개발에 나섰고, 에어스트럿은 2022년부터 양산 적용하고 있다. 2023년에는 '스마트 차고 제어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 기술로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전통적인 방진고무 기술을 프리미엄 부품 기술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현재 평화그룹을 이끄는 김주영 사장이 이처럼 과감하게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던 배경에는 1·2세 선대 회장의 가르침과 이들이 쌓아온 기술적 토대 덕분이다. 평화그룹은 1950년 창업자 고 김건기 명예회장이 세운 대구 평화고무공업사에서 출발했다. 1957년 자동차 고무부품으로 전환한 뒤 1977년 일본 오일씰 전문기업 NOK와 기술제휴 및 합작계약을 맺었다. 1978년 평화오일씰공업을 발족해 선진 기술을 도입했고 1980년 현대차 '포니'용 오일씰 국산화에 나서며 부품 자립의 초석을 놓았다.
사세를 키운 주역은 김주영 사장의 아버지 김종석 회장이다. 1987년 평화산업 대표이사에 오른 김 회장은 같은 해 5월 부설 개발연구소를 세우며 독자 R&D 체제를 갖췄다. 일본과 독일 업체들과 기술제휴를 확대해 전량 수입하던 오일씰과 오링 국산화를 이끌었다. 이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2006년 지주사 체제 전환과 2012년 연매출 1조원 돌파도 이끌었다. 김 회장은 지난 8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기술 자립과 산학협력, 인재 양성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평화홀딩스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8836억원, 영업이익 351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5.8%, 21.9%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453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주력 계열사 평화산업도 매출 6260억원(6.4%↑), 당기순이익 157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어갔다.
김 사장의 적극적인 행보에는 탄탄한 지배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김 사장은 평화홀딩스 지분 25.95%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 김종석 회장(26.12%)과 합쳐 52.07%의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했다. 황순용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3대에 걸친 가족경영과 기술혁신을 인정받아 김 회장과 김 사장은 지난해 '제19회 EY 최우수 기업가상' 패밀리 비즈니스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
경영 성과 못지않게 지역사회와의 상생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평화그룹은 사회공헌 전담 조직 '평화사랑회'를 통해 지역 봉사와 나눔 행사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해 봉사활동을 결산하는 송년 행사에서 참여자들에게 방한용품을 전달했고, 임직원이 함께하는 '평화그룹 친선축구대회'는 올해로 25회를 맞았다.
김 사장의 다음 과제는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다. 평화그룹은 2008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평화아메리카를 세워 현지 고객 대응을 해왔으나 제조 라인이 없는 유통 거점 성격이다. 현대차가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하며 2030년까지 북미 현지 부품 조달 목표를 80%로 끌어올리기로 한 만큼 유통 거점 중심의 현재 체제로는 현지화 대응 과제가 커졌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르는 고정비 부담을 안고 현지 생산 역량을 구축할 것인지 기존 공급망 거점을 고도화해 대응할 것인지 김 사장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평화그룹의 3세 경영은 기존 사업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선대의 기술 자립 유산을 미래 모빌리티에 맞게 진화시키는 과정이다. 반세기 전 기술 불모지에서 포니 부품 국산화에 도전했던 선대의 집념이 김 사장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환과 글로벌 현지화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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