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L만도가 21일 오후 예정했던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사과 성명 및 종합 안전 개선 대책 발표 기자회견이 유족과 대책위원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사고 두 달 만에 나온 회사의 첫 공식 사과 자리였지만, 유족과 사전 조율 없이 일정이 잡히면서 발표 직전 중단됐다.
HL만도는 이날 오후 4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만도글로벌R&D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월22일 평택공장에서 숨진 협력업체 소속 고 김승모씨(28) 사고에 대한 사과와 7대 종합 안전 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김현욱 CSO와 조성현 부회장, 홍영일 COO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려 했으나 유족 측이 항의하자 발길을 돌렸다.
유족과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는 회견 예정 시간 20여분 전인 오후 3시40분쯤 현장에 도착해 회견 중단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유족과 법률대리인을 통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어떤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과 성명과 대책을 발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사고 이후 회사가 유족에게 사과나 유감을 표명한 적이 사실상 없었다고도 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현장에서 "사과를 누구한테 한다는 것이냐"며 "두 달이 넘도록 가만히 있다가 일방적으로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 내용과 안전대책의 구체적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런 식의 사과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유족의 요구였지만 이번 발표는 사전 협의 없이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해놓고 사과했다, 안전 대책 발표했다고 공표하는 것 아니냐"며 "진짜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그런 사과가 진짜 사과"라고 말했다.
대책위 측도 이날 유족과 법률대리인을 통한 협상이 예정돼 있었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합의도 이뤄내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기자회견을 용납할 수 없다"며 회사의 발표 추진을 비판했다.
유족과 대책위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책임을 촉구한 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 면담을 위해 이동하던 중 회사의 기자회견 계획을 전해 듣고 판교로 이동했다.
김씨는 7월22일 낮 12시50분쯤 평택공장에서 고장 난 부품 가공 기계 내부를 점검하던 중 기계와 벽 사이에 상반신이 끼여 숨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김씨가 기계 내부에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한 HL만도 소속 직원이 기계를 시운전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동부는 8월7일과 지난 14일 두 차례에 걸쳐 평택공장과 판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배포가 예정됐던 보도자료에서 HL만도는 전 사업장 특별안전진단과 안전투자 확대, 안전기준 재정비, 노사 합동 점검, 협력업체 안전투자 지원, 안전보건실 신설 등 7대 대책을 제시했다. 다만 투자 규모와 인력 충원 규모, 시행 시점 등 정량 목표는 담기지 않았다.
노동부는 같은 날 오전 평택공장과 하청업체 4곳에 대한 산업안전 감독에서 138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발해 86건을 사법처리하고 52건에 과태료 2억8000여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평택공장 안전보건규칙 위반 78건 중 26건은 이번 사고와 같은 끼임 위험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동행미디어 시대] 숙의 미디어 [시대]가 종이 신문을 발행합니다 현장 스케치](https://i.ytimg.com/vi/kTuqOBseuHY/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