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정부가 제시한 2030년 목표선인 80%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빚 부담에 소비를 줄이는 가구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 총량 지표와 가계가 체감하는 현실이 엇갈린다.
22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에 보고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레버리지(가계신용을 명목 GDP로 나눈 값)는 1분기 말 85.3%보다 낮은 81% 수준으로 추정된다. 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처분가능소득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1분기 134.1%에서 2분기 127.8%로 내려갔다.
얼핏 주요 지표가 개선된 듯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얘기가 다르다. 우선 가계부채 비율이 내려간 것은 빚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2019조8000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분모인 명목 GDP가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1분기에 전기 대비 10.5%, 2분기에 9.2% 불어나면서 비율만 낮아진 셈이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올해 명목 GDP가 높게 나오면서 가계부채 비율의 하락 폭이 커졌다"며 "1분기 85%에 이어 2분기 81% 수준, 연말 70% 중후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반의 가계부채 비율은 개선되는 듯하지만 서민 부담은 더 커졌다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은이 지난 7일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BOK이슈노트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6%를 넘어서면 가구 소비가 감소로 돌아선다고 분석했다. 조사대상 206만 가구 중 지난해 기준 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DSR이 46%를 웃돈 가구는 11.1%였다. 이 비중은 2021년 이후 높아지는 추세다. 소득 1분위는 같은 기간 11.4%에서 14.5%로 올랐다.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도 비슷한 신호가 담겼다. 2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1분기 1.00%에서 0.98%로 낮아졌으나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은 10.39%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차주 수 기준 취약차주 비중은 1분기 6.7%에서 2분기 6.8%로 올랐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이자비용의 비중은 지난해 3월 말 -6.3%로 1년 전 -5.3%보다 악화했다. 소득 1분위의 경우는 -14.0%였다.
취약층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7월16일과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 3.00%로 높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지난 16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의 실증분석 결과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잔액 기준 대출금리에는 약 5개월, 은행 연체율에는 약 1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영됐다. 가계 취약차주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9개월 전후로 더 빨리 반응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달 13일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 수준으로 높인 조치로 주택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금리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취약 부문에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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