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활용이 추론과 에이전트 영역으로 확장되며 서버가 처리하고 저장해야 할 데이터량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성능부터 고용량까지 eSSD 제품군을 다각화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미국 클라우드 기업(CSP, Cloud Service Provider)을 중심으로 eSSD 수요가 늘면서 올해 4분기 주문량이 3분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eSSD는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저장장치다.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실시간 데이터 검색과 캐시 처리량이 늘면서 eSSD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대형언어모델(LLM)의 중간 계산 결과를 저장하는 KV 캐시 일부를 eSSD로 옮겨 보관하는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QLC 기반 eSSD 수요도 커지는 추세다. eSSD에는 낸드플래시 셀 하나에 3비트를 저장하는 TLC와 4비트를 저장하는 QLC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TLC는 데이터를 장치에 저장하는 '쓰기' 속도가 빠르고 내구성이 높다. QLC는 쓰기 성능이 비교적 낮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고 용량당 가격도 저렴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TLC·QLC 수요를 모두 잡기 위해 eSSD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eSSD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7월 PCIe 6.0 기반 TLC eSSD 'PM1763' 양산을 시작했다. 9세대 V낸드와 4나노미터 기반 신규 컨트롤러를 적용해 데이터 처리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였다. PM1763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QLC에서는 고용량 제품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9세대 V낸드 기반 2Tb QLC 개발을 완료했으며 256TB 고용량 서버용 SSD 등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QLC 제품의 비트 단위 출하량이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eSSD 사업을 확장했다. SK하이닉스의 TLC 기반 eSSD 제품 'PS1010 E3.S'는 글로벌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 서버에 탑재되고 있다. 지난 5월 '델 테크놀로지 월드 2026'에서는 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신형 eSSD 'PS1110 E3.S'를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고용량과 낮은 전력 소모가 특징으로 고사양 서버 환경에 맞춰 설계됐다.
QLC 기반 eSSD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6월 컴퓨텍스에서 QLC 기반 eSSD 신제품 'PS1101 E3.S'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122TB의 용량을 지원하며 기존 176단 제품보다 성능이 약 55% 높아졌다. 지난달부터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를 대상으로 샘플을 공급하며 고객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고도화되면서 eSSD에 처리 성능뿐 아니라 저장용량과 비용 효율까지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TLC와 QLC를 모두 활용하려는 수요도 늘면서 eSSD 제품군을 얼마나 폭넓게 갖추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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