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걱정하는 것처럼 '안락사 처리한다', 아니면 그냥 '3년 동안 식용으로 많이 처리해서 (식용견 숫자를) 뺀다'는 대책이 전혀 아닙니다."
2024년 9월26일 정부세종청사. 박범수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개식용 종식 기본계획'(로드맵)을 발표하며 이렇게 공언했다. 개 사육농장의 남는 개는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하겠단 설명이 뒤따랐다.
내년 2월7일부터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이 시행된다. 2024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지 3년여 만이다. 그렇다면 그사이 사육견들은 어떻게 됐을까. 농림부의 공언처럼 식용 유통이나 안락사가 아닌 보호 조치가 이뤄졌을까.
법 통과 직후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악한 전국 개 사육농장은 1537곳, 사육견은 46만7712마리였다. 2년4개월이 지난 올해 5월 농림부 추진단 발표에 따르면 전국 개 사육농장은 272곳이 남아 82%가 줄었다. 사육견 역시 2만483마리가 남았다고 발표했다. 무려 44만3329마리(94.8%)가 줄었다는 것이다.
[시대]는 농림부 추진단에 '폐업한 개 사육농장의 사육견 처분 경로를 파악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사육견 상당수는 관행적으로 출하된 것으로 안다"는 것이었다.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처분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뒤따랐다.
대다수 사육견이 도축 뒤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다. 2024년 9월 박 차관은 "동물보호법 취지에 맞게 동물보호세터에서 관리하고, 개별 가구로 최대한 입양하게 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부 답변이 2년 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애초 정부가 개식용 종식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사육견 보호가 아닌 사육농장 폐업 촉진에 정책 목표를 맞춘 결과라고 지적한다.
농장주에게 주는 폐업 이행 촉진 지원금부터 조기 폐업 시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로 설계됐다. 법이 시행되는 2027년 2월까지 6개월 단위로 구간을 설정해 폐업 시기별로 지원 단가에 차등을 뒀다. 첫 구간인 2024년 8월부터 2025년 2월 사이 폐업하면 마리당 60만원을 받았다. 반면 마지막 구간인 올해 9월 말부터 내년 2월6일 사이 폐업하면 마리당 22만5000원에 그친다. 만약 식용견 1000마리를 기르는 농장이 첫 번째 구간에 폐업했다면 6억원을 받을 수 있지만 올해 하반기 폐업한다면 지원금 규모가 2억25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생존해 있는 사육견 수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준 게 아니라 농장주가 자체적으로 처분을 한 뒤 처분이 완전히 끝났음을 증명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농장주 입장에선 빨리 사육견을 출하하는 게 '남는 장사'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사육견을 구하기 위해 만든 특별법이 사육견의 도살, 유통을 더 앞당기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폐업 과정에서 사육견 출하 대신 소유권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게 정책을 만들었다. 로드맵에 따르면 농장주가 사육을 포기한 개를 지자체가 인수해 보호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지자체가 농장주에게 보호 비용을 청구한다는 단서를 붙은 것. 추진단은 "동물보호법상 소유권 포기 동물 조항을 준용했다"며 "개를 방치해 번식시킨 뒤 지자체에 떠넘기는 걸 막으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를 시장에 팔면 돈을 받는데, 정부에 넘기면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구조에서 소유권을 포기할 농장주는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처장은 [시대]에 "만약 개농장주가 개 소유권을 지자체로 넘기면 보상은커녕 정부로부터 관리비를 청구받는다면 당연히 사육하던 개를 유통하지 않겠느냐"며 "개식용종식법 통과 뒤 시행까지 지난 3년간 (많은 사육견들이) 음지에서 도살돼 유통되는 체계를 정부가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소유권을 포기한 농장주가 있다하더라도 받아줄 곳도 마땅치 않다.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지난해 말 기준 총 236개소로, 동시 수용 능력은 1만9605마리 규모다. 당시 수용률은 75%로, 수용 여력은 4500여마리 수준이었다. 사육견 46만마리의 1% 수준에 그친다.

농장주의 '자발적 번식 최소화'를 유도하겠다는 로드맵 내용과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라'는 지난 5월 경기 평택의 한 개 사육농장에서 사육견 29마리를 구조했는데, 구조 당시 대부분 한 살 미만이었다. 법 통과 이후 유예기간 동안 태어난 것이다. 국내 개농장 폐업과 사육견 구조·입양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스'의 이상경 팀장은 [시대]에 "개농장에서 통상 1년 미만 개들을 출하하기 때문에 3년 유예기간 동안 많은 농장이 계속 번식을 시켰을 것"이라며 "암수를 구분해 두지도 않는 대다수 사육장 환경이라 번식 제한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개 사육농장의 조기 폐업을 유도하면서 처분 방식에는 눈을 감았다. 사육견의 소유권을 지자체로 넘길 시 오히려 관리비를 청구했다. 그러면서 자발적 번식 최소화를 유도하겠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개식용종식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개식용종식법의 국회 제안 이유에는 "개의 열악한 사육환경과 비인도적인 도살방식 등으로 인해 동물 학대 논란 등 관련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구조된 극소수의 사육견들은 어떤 현실을 마주하게 될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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