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이오와에 제철소를 건립하는 계획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에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를 청구하겠다며 한국을 압박했다. 11월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두고 성과가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문답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더 많이 청구하면 된다"며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에)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전하라"고 밝혔다. 이틀 전 발표가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성급하지 않았다"며 "(논의할 때) 그들이 있었고 한국 대표단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청구 대상을 밝히지 않았지만 25%에서 15%로 낮춘 한국산 제품 관세를 다시 올리거나 한미가 합의한 대미투자액 3500억달러(약 471조원)를 넘는 추가 투자를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불만을 드러낸 것은 자신이 발표한 대미투자 3개 사업 가운데 한국 정부가 투자 여부조차 정하지 않은 유일한 사업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미투자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투자가 확정됐다. 대형 원전 8기 건설은 추가 협의 대상이지만 사업비와 한국형 원전(APR1400) 2기 적용 등 윤곽이 나왔다. 반면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예상 사업비조차 명시되지 않았고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따지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약 1300㎞ 떨어진 남부 니키스키까지 가스관으로 보낸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액화플랜트와 수출 터미널 건설도 함께 이뤄진다. 그러나 가스관이 지나는 지역이 영구동토층이라 특수 설계와 공법이 필요하고 그만큼 공사비가 더 들 수 있다. 운송비 등을 반영하면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는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며 세 사업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원전 8기에 1200억달러(약 161조원), 텍사스 발전소에 220억달러(약 30조원),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500억달러가 넘는 금액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 발표를 단순 합산하면 세 사업에 1900억달러 이상이 투입돼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2000억달러를 사실상 모두 쓰게 된다.



양국이 발표한 공동 보도자료에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 법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한국 정부는 투자 여부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진화에 나섰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은 양국 발표에 차이가 있다는 질문에 "우리가 합의를 이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합의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의식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알래스카 프로젝트 일방 발표는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알래스카)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발표 현장에는 설리번 의원과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가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