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직 중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지인 성 착취물을 만든 현직 경찰관이 붙잡혔다. 이 경찰관은 입직 전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채용 결격사유가 아니어서 경찰에 임용됐다. 형사사법 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수사 책임성이 높아진 만큼 강력범죄의 경우 기소유예일지라도 임용시 검증할 수 있도록 경찰 채용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과 소속 경장 A씨(28)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 착취물 소지 등),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 제작·반포 등) 혐의로 부산지방공소청에 지난달 18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2022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지인을 합성한 허위 음란 영상물을 만들고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허위 영상물 수십 개를 유포하기도 했다.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등에선 허위 영상물 2600여개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1600여개, 불법 촬영물 1300여개 등 모두 5600여개의 불법 영상물이 나왔다.
부산경찰은 지난해 12월 법원의 허가를 받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잠입 수사를 진행했고, 추적 끝에 지난 7월 영상 유포자로 A씨의 신원을 특정해 입건했다. 동대문서는 부산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를 받자 A씨를 대기발령했으며 지난달 16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직위해제 처분했다.
A씨는 경찰이 되기 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다. 2020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2023년 12월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 임용 과정에서 성범죄 전력이 걸림돌이 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공무원법 제8조 2항은 '성폭력처벌법' '스토킹 처벌법' '아동 청소년성보호법' 상 성범죄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3년간 임용을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집행유예를 포함해 임용을 원천 제한한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경위와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현행법에서 정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경찰은 다른 공무원처럼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동의를 받고 범죄경력 조회 등의 신원 검증을 하는데, 전과가 아닌 기소유예는 수사경력자료에만 남는다. 중범죄가 아닌 범죄의 수사 기록은 5년간 보존된 후 삭제된다.
최근 임용된 한 경찰관은 [시대]에 "학교폭력 소년부 송치 이력이나 범죄 관련 기소유예 처분은 임용준비생 커뮤니티의 단골 질문 소재"라며 "자칫 임용 길이 막힐까 봐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대는 선발 관련 Q&A에서 "기소유예 전과기록이 있더라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 공무원 임용준비자 사이에선 "수사경력은 조회 안 한다. 좋은 성적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면 된다" 등 성범죄 관련 기소유예는 임용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지원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어도 관련 자료를 경찰청에 제출할 의무도 없다.
지난 2일부터 형사사법 체계 전환으로 경찰의 수사 기능이 강화된 만큼 강력 범죄의 경우 기소유예 처분도 채용 단계에서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2월 시행되는 개정 경찰공무원법은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를 임용 결격사유에 추가했다.
이도선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이 아닌 기소유예를 영구적으로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불법촬영과 같은 유형의 범죄 행위는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민감한 정보를 취급해야 하는 경찰 직무와 직접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면서 채용 단계에서 성범죄 등의 기소유예 전력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도 "범죄 경력 조회처럼 수사경력도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동의를 받아 조회하는 식으로 법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군 간부를 뽑을 때는 이미 수사경력을 포함한 신원조회를 하고 있다. 군인사법상 임용 결격사유로 기소유예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형실효법은 각 군 사관생도의 입학이나 장교·부사관·군무원 등 간부 임용 시에는 범죄경력과 수사경력을 모두 조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국방부는 2020년 성폭력처벌법상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장교의 임용 여부는 임용권자의 재량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임용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 임용 면접에 참석했다고 밝힌 한 교수는 [시대]에 "15분의 짧은 면접으로 전력을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직접적으로 물어볼 경우 인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소유예 처분을 결격 사유로 두는 건 직업선택의 자유나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있어 고민할 지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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