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새 제도가 시행됐지만 두 기관 모두 준비 부족으로 초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뉴스1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본격 시행에 앞서 시범운영을 한 결과,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사건이 늘었고, 그만큼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앞서 정부는 한 달간 서울과 논산, 대구, 마산 지역의 4개 검찰청을 대상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새 제도를 실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점검했다. 그 결과 검찰이 경찰에 보완을 요구한 사건은 8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증가했다. 해당 검찰청에서 올들어 발생한 월평균 보완수사 요구 건수(560여건)와 비교해도 훨씬 많았다.

보완 요구가 늘수록 추가 조사를 하고 이를 다시 검토하는 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사건 관계자들이 애꿎게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시범운영 기간에 검찰이 무리하게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도 아니라는 게 일선 경찰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새 제도를 설계하면서 필요한 수사 인력을 확보하고 사건 처리 지연을 막을 대책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런 우려는 당초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검사가 보완수사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절차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새 형사소송법이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에 대해 1개월 안에 이행을 완료하도록 규정한 것도 이런 우려를 감안해서다. 하지만 경찰의 이행률은 새 규정을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해의 경우 경찰이 요구받은 보완수사는 11만 건인데, 한 달 내 이행을 완료한 사건은 31%에 그친다고 한다. 처리에 3개월 넘게 걸리거나 이행되지 않은 사건도 24%에 이른다. 보완수사 기간을 1개월로 정했다고 수사 역량과 처리 속도가 저절로 개선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한만 앞당기고 이를 지킬 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새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미제 사건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검찰 수사 인력의 감소 등 여파로 9월 말 미제 사건은 18만6000여건으로 한 달만에 13% 증가했다. 보완수사 증가에 미제 사건 적체까지 겹치면 처리 지연이 가중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구속 사건은 정해진 기간 안에 보완수사와 기소 여부 판단을 마쳐야 하는데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부실 수사나 졸속 기소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인선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여권, 수사기관 내부에서는 연일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행안부장관은 후보자 인사에 공개 반발한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의 감찰을 지시했다. 빈틈 많고 준비도 덜 된 형사사법체계의 안착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기강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사건 처리 지연을 막을 실질적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