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계에 이상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양국간 정보 소통 불협화음에 이어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국 비자 발급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미국 등 재외공관 국정감사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미 국무부의 비자 심사가 끝나지 않아 유럽 지역으로 일정을 바꿨다. 1989년 주한미국대사관저 점거 전력이 있는 정 의원은 2013년 한 차례 비자 문제로 방미가 불발된 적이 있지만 2012·2014년엔 미국을 방문했던 만큼 이번 발급 지연을 최근 경색된 한·미 관계와 연결 짓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비자 지연의 구체적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양국 간 정보 협력에 차질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는 모든 동맹이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을 적절히 다루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보·방첩 문제를 거론했다. 구체적인 사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이 잇달아 동맹의 기준과 정보·방첩 문제를 강조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미 간 정보 협력 논란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의 새로운 핵시설 소재지로 평안북도 구성시를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국정원은 "수개월 전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해소됐으며 미 정보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고, 외교부도 "한미동맹의 신뢰가 공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측의 잇단 반응은 이런 해명과 온도 차가 크다. 양국 간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디까지 해소됐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고위급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대통령 특사나 청와대 안보실장의 워싱턴 방문을 검토할 만하다.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도 추진해야 한다. 외교·안보의 균열은 방치할수록 봉합하기 어려워진다.
이와 함께 통일·외교·국방·국정원 등 안보 관련 기관의 대미·대북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조율하고 정보 보안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내부 프로토콜 관리도 정비해야 한다. 이는 동맹 신뢰 회복은 물론,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정 장관이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북한 지뢰 문제에 대해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을 북한의 주유엔대사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선전 수단으로 활용한 일도 되새겨야 한다.
정부 내 엇갈린 메시지가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고 북한에 악용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안보 정책의 일관성을 확립하는 한편, 정보 관리에도 엄정한 기강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지정하고, 정부 내 엇박자를 바로잡기 위한 인적 쇄신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동맹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과 행동으로 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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