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의 모습. 이 회사 노조는 7일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실질적 사용자'로 지목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는데도 법의 해석, 적용과 관련한 현장의 혼란이 줄기는커녕 새로운 부작용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 법을 근거로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사용자'로 지목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용자가 같은 하청기업 노조가 파업할 경우 원청기업 직원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는 것이 합법인지를 놓고도 노사가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7일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가 '사업지원실'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자의 처우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실질적인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삼성전자와 삼성바이로로직스의 비슷한 인사·보상 제도, 또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넓혀 놓은 노란봉투법 조항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엄연히 독립된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있는 상장법인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의 최대주주도 아닌 삼성물산 다음 2대 주주다. 삼성그룹 내 바이오 분야 최상위 기업을 '하청'으로 보는 건 이 회사 노조밖에 없을 것이다. 인사제도 등의 유사성은 대기업 그룹 계열사의 일반적 특징이다.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과 반도체·스마트폰 제조로 각자 영위하는 사업도 전혀 다르다. 이런 상황인데도 대기업 노조가 어이없는 주장을 펼 수 있는 건 사용자 정의를 모호하게 규정한 노란봉투법이 판을 깔아줬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으로 꼬인 원·하청 관계의 부작용은 다른 노사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가정용 인터넷 설치 업무 등을 맡은 자회사·협력사 노조가 파업할 경우 원청 근로자를 대신 투입하는 비상 운영계획을 마련했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LG유플러스를 자회사·협력사 직원이 가입된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의 사용자로 인정한 바 있다. 같은 사용자의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파업에 대응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원을 보내는 건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비정규직 지부는 이를 두고 '불법' 대체인력 투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쟁의 행위로 중단된 업무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는 노조법 43조 위반이란 것이다. 노란봉투법 때문에 원청, 하청의 사용자가 동일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는데, 대체근로를 금지한 다른 조항은 놔두다 보니 법 안에서 상충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하청 근로자의 교섭권 보장'을 명분으로 불완전한 노란봉투법을 급하게 도입할 때부터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해달라'는 하청 노조들의 요구를 노동위가 폭넓게 받아들이면서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사 관계를 규정한 법의 잣대가 흔들리면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정부 여당은 노란봉투법을 개정해 법의 자의적 해석과 오남용을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