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추미애 경기지사로 대표되는 여권 강경파가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두고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추 지사와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 강경파 간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X에 "서민들의 혈세로 온갖 호사는 다 누리면서 힘없는 서민들에는 더 가혹하고, 소액의 서민 복지 예산을 거리낌 없이 삭감하는 사람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 경기도의 복지 예산을 삭감해 논란을 빚은 추미애 경기지사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9일에도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에 반발하는 추 지사와 민주당 김용민 의원,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등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

여권 내부의 갈등은 정부 부처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임 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임 청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소관 부처 장관이 직접 법적·행정적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조만간 임 청장의 공정·품위유지 의무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거듭된 경고에도 추 지사로 대표되는 강경파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추 지사는 최근 "질기고 질긴 검찰 세력의 협잡"이라며 김 후보자 임명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임 청장 역시 김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청문회 때 나를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날 "정치를 시작한 건 이루려는 과제가 있어서지 자리를 탐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비판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여권과 정부 내부의 소통과 협업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채 각자의 주장만 분출하는 작금의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취임한 지 고작 1년 4개월을 넘긴 대통령의 인사권과 국가 정책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에서 연일 충돌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조기 레임덕'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내외적 경제 위기와 대전환기를 맞은 시점에 집권 세력 내부의 자해적 갈등은 국정 동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우리끼리 파묘하면 내란세력 부활한다"는 여권 원로의 개탄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치안 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시점에 도를 넘은 자중지란만 보여서야 되겠는가. 여권 일부 강경파가 사법 공백을 걱정하는 국민의 불안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골몰하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검찰 개혁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소모적인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새로운 수사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데 힘을 합치는 것이 우선이다. 대통령 역시 SNS를 통한 공개 논쟁을 거듭하기보다 갈등을 수습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는 차분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