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코리아는 지난 6월 말 '2026 부산 모빌리티쇼'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씨라이언 6 DM-i'를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최근 이 차 사륜구동 모델 출시 가격을 4190만 원으로 정했는데, 비슷한 사양의 유럽 판매가격 3만9990유로(약 6000만 원)보다 2000만 만 원 가까이 낮다. / 뉴스1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절반 이상 줄이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EU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근로자 일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중국차의 저가공세가 심해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최고 127.5% 관세를 물리고, 일본도 자국 자동차 기업에 유리한 세제를 운영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중국차 수입 관세가 8%로 주요국 중 가장 낮은데다, 한국에서 만든 국산차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주저하고 있다.

EU와 중국은 지난 9일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수입 쿼터를 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에 합의했다. 수입 쿼터는 내년 35만대로 출발해 3년간 매년 6% 한도 내에서 확대한다. 이로써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량은 연간 최대 70만 대 감소해 당초 전망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EU의 연간 대중 무역적자도 최대 21조 원 정도 축소된다고 한다.



EU가 수입 문턱을 높인 건 중국차의 수입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EU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4년 2%에서 올해 상반기 25%로 급증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기본관세 10%를 포함해 최대 45.3%의 관세를 물린다. 하지만 내연기관과 모터를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차에는 10% 기본 관세만 부과해 왔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이런 틈새를 노려 하이브리드차 수입 가격을 1년 만에 20% 낮추면서 공세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합의로 EU 수출 확대가 어려워진 중국 업체들이 한국 등 다른 시장의 덤핑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자동차 수입 관세가 낮은 대표적인 나라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를 해외에 팔 때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한국은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수입되는 승용차에 8%의 낮은 관세를 물리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차에 15% 관세를 부과한다.

한국 내 중국 전기차의 판매는 이미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 신규등록된 중국 브랜드 전기차는 1만2000여 대로 작년 동기대비 334.6% 늘었다. 중국 비야디(BYD)차는 1~9월 2만 대 넘게 팔려 수입차 판매 4위에 올랐다. 최근 이 업체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유럽보다 2000만 원 가까이 싼 4000만 원 대 초반에 출시했다. 세계적 하이브리드차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기아도 대응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낮은 가격이다.



중국차의 공습이 임박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중국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사안인데다, 섣불리 건드릴 경우 전방위적 무역 보복을 받을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 국내 기업 지원이 현실적인 대책인데, 국내 생산제품에 법인세 혜택을 주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국내생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는 빠져 있다.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반영하지 못하는 느림보 정책으로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지켜내긴 대단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