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와 환율, 금융안정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정책 판단이 오히려 수월하다는 진단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총재는 전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거버너 토크' 세션에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대담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원화 가치가 추가로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긴축으로 전환한 이후 원화가 상당 폭 절상됐지만 아직 오를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원화 강세가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고 수출 부문에 쏠린 무게중심을 내수 쪽으로 옮겨 K자형 양극화를 누그러뜨린다는 논리다.
신 총재는 인공지능(AI) 호황이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해 성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물가 측면에서는 비용 인상 압력과 수요 견인 압력이 겹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IMF는 이번에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7월 2.6%에서 3.3%로 0.7%포인트 높였다. 이는 한은이 지난 8월에 제시한 전망치와 같다.
신 총재는 "토끼 두 마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어느 쪽을 쫓을지 정해야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달리면 한결 쉬워진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물가는 지나치게 높고 원화는 더 강해질 여지가 있으며 금융안정 과제까지 세 가지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짚었다.
물가 안정은 취약계층 지원과도 직결된다는 것이 신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소득 하위 20% 가구가 소득의 32%를 식품과 에너지에 지출한다면 물가를 잡는 것이 형편이 가장 어려운 계층을 돕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자 부담이 커진 소규모 기업과 소상공인, 일부 가계에 대해선 중앙은행이 모든 일을 할 수 없다며 재정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필요하면 채무 조정을 검토할 여지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총재는 AI 인프라 투자와 수출 호조가 한국 정부에 이른바 '재정 배당'을 안겨줬다고도 평가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1일 발표한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을 보면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415조4000억원보다 40.7% 많다.
금융안정에 대해선 불균형이 쌓이는 단계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취약성지수(FVI)는 2분기 46.5로 9개 분기 연속 올라 장기평균 수준에 이르렀다. 신 총재는 일관된 긴축이 FVI의 상승 속도를 늦출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취약성이 이미 커진 뒤에 대응하는 것은 바늘로 풍선을 터뜨리는 것과 같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난 2월 도입한 'K-점도표'와 관련해서는 최소 1년간 운영 경험을 쌓은 뒤 내년 또는 그 이후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점도표가 소통에 유용하지만 정책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 총재는 지난 8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 결정과 향후 대응의 기울기를 함께 제시한 것이 장기금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 7월 연 2.50%에서 2.75%로, 지난 8월 3.00%로 두 차례 연속 올렸다.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오는 2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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