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한 북한 IT인력의 네트워크를 무력화했다고 13일(현지시각) 밝혔다. /사진=로이터=뉴스1


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한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의 원격 근무를 도운 미국 내 '노트북 농장'이 또 적발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IT 인력이 단속을 피하려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국인을 조력자로 끌어들이는 등 수법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FBI가 지난달 북한의 원격 IT 일자리 확보를 도운 미국 내 조력자 네트워크를 무력화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오하이오 북부지검은 펜실베이니아주의 마이클 제임스 보스텔과 텍사스주의 후안 세실리오 페냐 카리요 등 미국인 조력자 2명을 체포하고 중국에 있는 공범 10명과 함께 기소했다. 이들은 2019년부터 2025년 7월까지 노트북을 맡아 관리했고 북한 IT 인력이 취업하거나 은행 계좌를 인증할 수 있도록 가짜 신분증을 구해 쓰게 도운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으로 17개 주와 워싱턴DC의 미국 기업 70여 곳이 피해를 봤다. 미국인 25명의 신원이 도용됐고 여러 미 정부기관에 허위 정보가 제출됐으며 해외 IT 인력은 최소 300만달러(약 4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FBI는 이와 별도로 텍사스 북부지검과 '론스타 라운드업' 작전을 벌여 지난 9월21일부터 25일까지 텍사스주에서 노트북 농장으로 의심되는 주거지 4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노트북과 원격 조종용 KVM 장비 약 187대를 압수했다. FBI는 일련의 조치로 14명을 기소하고 2명을 체포했다. 노트북 농장은 기업이 지급한 업무용 노트북을 미국 내 가정에 두고 북한 인력이 원격으로 접속해 미국에 사는 직원처럼 보이게 하는 거점이다.



존 아이젠버그 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불량 정권은 광범위한 IT 인력 사업으로 다양한 불법 목적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궁극적으로 미국이나 동맹국을 겨냥할 수 있는 무기 개발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FBI는 공공서비스 공지(PSA)를 내고 북한 IT 인력의 최신 수법을 공개했다. 북한 IT 인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에게 돈을 주고 카메라 출연, 면접이나 회의 참석, 위조 신원 인증,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 제공, 소변 검사나 지문 제출까지 대신 하게 한다.

남아시아, 서아프리카의 프리랜서에게 급여의 일부만 주고 업무를 맡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엔 노트북 농장 수는 늘리고 농장 한 곳당 노트북 수는 줄이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위협 수위도 높아졌다. FBI에 따르면 해고된 북한 인력이 전 상사와 가족에게 살해 협박을 하며 추가 금품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고 방산업체 등 미 정부 보안인가가 필요한 일자리를 노리고 현역 미군에게 노트북 보관을 맡기려 한 시도도 확인됐다.

기술적 수법도 공개됐다. 이들은 원격 접속 프로그램이나 외부 하드웨어 장비로 업무용 노트북을 조종했다. 일일 업무를 기록하라는 지시에 따라 화면을 녹화하는 탓에 대부분 회사 데이터를 외부로 빼돌리게 된다고 FBI는 설명했다.

FBI는 "위협의 규모와 지속성, 빠른 진화 때문에 단일 지표로는 북한 IT 인력을 신뢰성 있게 식별할 수 없다"며 채용부터 재직 기간 내내 여러 겹의 통제와 탐지를 적용하는 '심층 신원 방어' 방식을 기업에 권고했다. 북한 정부는 이들 수익의 약 85~90%를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미국·일본 등 11개국도 지난 7월31일 북한 IT 인력에 대한 공동 경보를 냈다. 이들은 북한 IT 인력이 웹페이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등 폭넓은 분야의 일감을 찾는다며 이들과 계약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각국 국내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인 기업체의 보안 강화 등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안보 인력이나 AI 기반의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이 외화벌이와 정보 탈취에 쓰이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국내외 보안 체계가 여전히 규정 준수와 사후 점검에 치중하고 있는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