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HD현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조선·건설기계 등 주력 사업을 재편하고 발전 등 신성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로보틱스 등 신사업의 수익성 확보와 노사 갈등 해소는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17일 HD현대 사장단 인사에서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16년 만으로, HD현대는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발 빠르게 조직을 재정비했다.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통합한 HD건설기계를 출범시켰다. 조선과 건설기계 부문의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조선 부문은 생산설비와 기술·인력을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함정과 특수목적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함정시장 확대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매출 37조원, 방산 부문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계기로 미국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잉걸스(HII)와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자체 개발한 지능형 용접 시스템의 현지 적용을 추진 중이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도 무인수상정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등 협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건설기계 부문은 생산·연구개발·영업 역량을 결집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하려고 한다. 현대(HYUNDAI)와 디벨론(DEVELON) 등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통합 운영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실제 HD건설기계는 지난 5월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 20.5%로 영국 JCB(19.5%)와 일본 히타치(18.4%)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며 신흥시장 진출 성과를 거뒀다.

발전사업도 정 회장 체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HD현대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4행정 중속엔진 브랜드 '힘센엔진(HiMSEN)'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AEG)과 6271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현지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했고 이어 8월에는 코반에너지그룹으로부터 총 1000MW, 9560억원 규모의 9.6MW급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를 수주했다. 넉 달 새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만 1조5831억원어치를 수주한 셈이다. 해당 발전설비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업 확대에 따른 투자 부담과 수익성 확보는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육상발전용 엔진 생산기지와 SMR 전용 생산시설 구축에 총 1조72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8336억원은 힘센엔진 생산기지 구축에, 2386억원은 SMR 핵심 기자재 생산 역량 강화에 투입된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미국 페르소나 AI와 조선소용 용접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하고 지난 9월 에이딘로보틱스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조선소들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신사업 모두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 성과를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노사 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7차례 전 조합원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 2일에는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2.14%의 반대로 부결됐다. 2016년 이후 11년 연속 1차 잠정합의안 부결이다.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이 지속될 경우 추가 파업과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