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가 다시 드러났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워싱턴 세미나에서 안보 환경 변화를 거론하며 전환에 필요한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 대변인은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6일 한·미가 전작권 전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미국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며, 목표 시기에 맞춰 협의를 이어가면 이견을 조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은 전작권 전환이 여전히 실무 조율과 상호 신뢰라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주국방은 마땅히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 과정에서 연합방위 역량을 빈틈없이 점검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지금의 논의는 객관적 평가와 협의 대신 전환 시기를 둘러싼 명분 싸움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이견이 소모적인 감정 대립으로 번져 동맹의 신뢰를 흔들고 안보 불안을 키워서는 안 된다.
우선 우리 정부는 군사적 역량 평가보다 정치적 시간표를 앞세우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임기 내 전환이나 특정 연도라는 목표에 쫓기다 보면 연합방위 역량 검증이 소홀해질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은 권한을 넘겨받는다는 선언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유사시 적의 도발을 제압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지휘체계와 군사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목표 시기를 정해 준비를 독려할 수는 있지만, 일정이 조건 충족 여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 면밀한 검증 없이 서두르면 동맹 간 이견을 좁히기도 어려워진다.
미국 역시 안보 환경 변화만을 내세워 불명확한 기준을 추가하거나 전환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양국은 2015년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검증을 진행해 왔다. 핵심 조건은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동맹의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이다.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평가와 합의된 조건 자체의 변경은 구분해야 한다.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양국이 협의해야 한다. 일방적인 기준 변경은 '골대 옮기기'라는 불신을 키울 뿐이다.
안보는 빈틈없는 대비태세 위에 세워진다. 전작권 전환은 성급한 정치적 결단만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막연한 우려를 이유로 합의 이행을 미뤄서도 안 된다. 양국은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 고위급 협의 채널을 통해 평가 기준과 남은 과제를 구체화해야 한다. 부족한 역량을 어떻게 보완하고 어떤 절차로 검증할지도 합의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는 감정적 공방이 아니다. 변화된 안보 환경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합의한 조건의 충족 여부를 차분히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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