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 싶은 아빠께.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우린 지금 장례식장이에요. 그리고 전 알아요.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에요. 보고 싶은 아빠. 사랑해요."
경기 부천시 도장공장 화재 진압 중 숨진 고 김진석 소방위(44)의 여섯 살 딸이 색연필로 삐뚤빼뚤 눌러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다. 이 편지는 김 소방위의 영정사진 아래 놓였다. 정성을 다해 쓴 글씨를 읽어 내려가는 조문객들은 슬픔을 꾹꾹 눌러 담아야 했다. 편지 옆에는 17일 조문 온 이재명 대통령이 추서한 옥조근정훈장이 자리했다.
18일에도 주황색 소방 제복에 검정 근조 리본을 단 소방관 동료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7시30분쯤 부천소방서의 한 센터 팀원 5명이 함께 빈소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경기 지역 소방센터 소방관들이 10여명씩 차례로 조문했다. 복도에 줄을 서 조문 차례를 기다리는 소방관들의 눈가가 눈물로 번들거렸다. 동료 소방관이 자기 부모를 모시고 와 함께 조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20여년 전 정년퇴직한 소방관도 빈소를 찾았다.

김 소방위는 2014년 7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한 11년 차 소방관이다. 2024년 7월부터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에서 근무했다. 올해 1월에는 모범 소방공무원상을 받았다. 사고 당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퇴근시간 20여 분 전인 오전 8시38분 화재 신고가 접수되자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다. 유족으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아내와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이 있다. 김 소방위 가족은 경기도에 마련한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빈소를 들른 김기문 부천소방서 화재조사분석과 소방장(41)은 동행미디어 시대에 고인과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학원에 다니며 함께 소방관의 꿈을 키웠다. "올해는 꼭 붙읍시다"라며 서로를 응원했고, 몇 차례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다음에는 붙읍시다"라며 위로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고인이 먼저 합격하자 김 소방장은 "형 먼저 가요, 다음에 갈게요"라며 축하를 건넸다고 전했다.
불이 나면 원인 조사를 나가야 하는 김 소방장이 출동이 잦은 고인의 관할 지역을 두고 "이 동네는 왜 이렇게 출동이 많아요?"라고 농담을 던지면, 고인은 "그러게, 미안하다"고 받았다. 김 소방장은 "형이 미안할 일이 아닌데, 그 정도로 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인을 "엄청 배려심 많고, 조용하고, 우직하게 열심히 하는 형"이라고 말했다.
과거 고인과 같은 센터에서 근무한 한 소방관은 "주변에서 다 좋아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부천의 다른 센터에서 조문을 온 한 소방관은 "이번 사고는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오를 막 넘긴 시각, 김 소방위의 2014년 입직 동기들이 빈소를 찾았다. 김포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정재용 소방관(43)의 말이다.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애써 동명이인이라고 부정했어요. 출동 센터가 특정되고 동기 채팅방에서 '형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그렇게 해맑은 사람이…."
영결식은 19일 오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엄수된다. 고인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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