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 진압 중 김진석 소방위(44)가 끝내 숨졌다. 지난 4월 전남 완도군 수산물 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변을 당한 지 반년 만에 또 한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나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순직하는 비율은 한국이 일본의 3배에 달한다. 소방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던지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안전을 지킬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탓이다.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진화가 아니라 시민과 소방관을 함께 '살리는 진화'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19일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 소방관 국가직 전환 이후 2024년까지 5년간 순직 소방관은 모두 19명이다. 반면 일본 소방청(FDMA)의 소방백서를 보면, 같은 기간 일본의 순직 소방관 수는 17명이다. 양국의 순직 소방관 수가 비슷해 보이지만, 2024년 기준 일본의 소방관은 16만8898명으로, 한국(6만6802명)의 2.5배 규모다. 10만명당 순직자 수로 환산하면 5년간 한국은 소방관 5.83명이, 일본은 2.01명이 숨졌다. 한일 간 격차가 2.9배에 달하는 것이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보다 한국의 소방관 순직 비율이 월등히 높은 배경에는 위험성 평가 등 안전 확보 체계의 허점이 꼽힌다. 이번 부천 화재 당시 김 소방위 외에도 소방관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유족은 무리한 현장 진입을 원인으로 꼽는다. 경찰과 소방당국 합동감식 결과 현장에는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용기 180여 통이 있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위험성 평가와 대원들의 안전조치는 충분했는지, 성과를 앞세운 무리한 (진입) 지시는 없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마련된 김 소방위 빈소에서 동행미디어 시대와 만난 한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 사람이 남아있다고 하면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무조건 인명 검색을 하는 게 임무"라면서도 "예기치 못한 위험물이나 불이 급격하게 번지는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대비는 소홀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4월 완도 수산문 가공공장 화재 당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원인도 △우레탄폼 마감 구조 등 건축물 위험정보 부족 △현장 출동대 위험정보 전파 미흡 △특수화재 위험성 평가 미비 △위험 상황에 노출된 소방관을 구할 신속동료구조팀(RIT) 편성 미비 등이 꼽혔다. 소방청은 완도 사고 이후 위험 정보를 출동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119 상황 관제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소방관을 지키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8월 오사카시 주오구 도톤보리 빌딩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뒤 올해 7월 '안전관리 매뉴얼'을 개정했다. 화재 현장에 진입할 때 늘 퇴로를 확보하게 하는 등 현장 소방관의 탈출을 위한 '위기상황 대응' 항목을 신설한 게 핵심이다.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 재정에 의존하는 소방예산 문제 역시 소방관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국가의 소방업무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직이던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국가직 전환과 함께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의 45%를 소방 분야 재원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방예산은 9할이 지자체 부담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소방예산 8조1478억원 중 국비는 8696억원으로 10.7%에 그친다.
소방공무원의 장비 등 처우도 지자체 주머니 사정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지난해 기준 시도별 소방관 1인당 지원경비는 피복비 기준 서울이 45만5000원일 때 부산과 제주는 25만원에 그친다. 1인당 위탁교육비도 충북이 42만8000원일 때 부산은 10분의 1인 4만1000원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소방관 안전과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확충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 소방위 빈소 조문 뒤 "현장 대원들이 보다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대책을 철저히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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