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의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엄수된 19일 부천체육관에서 동료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조현호 기자



경기 부천의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김진석 소방위(44)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11년 차 소방관의 안타까운 마지막 길을 가족과 동료들이 지켜봤다. 앞서 빈소에는 '아빠, 꼭 다시 만나요'라는 일곱 살 외동딸의 손편지가 놓여 주위를 숙연케 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동료들은 "이제 무거운 장비를 내려놓고, 부디 편히 쉬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런 비극이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소방관이 현장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하는 비율은 한국이 일본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위험한 임무일수록 필수적인 '안전 확보' 체계가 미흡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지난 4월, 전남 완도 창고의 우레탄폼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고는 안전 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장에 투입된 대원 7명 중 5명은 탈출했지만, 2명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합동조사 결과 건축물 위험 정보가 부족했고, 출동 대원들에게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공유하는 기본 체계조차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특수 화재에 대한 표준 작전 절차가 없었고, 열화상 카메라 등 안전장비 관리도 부실했다. 위험 지역에 소방관을 직접 투입하는 진압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소방청은 인명 구조 가능성이 없는 화재에는 방어적 진압을 우선 적용하는 등 개선에 나섰는데, 불과 6개월 만에 부천 화재에서 또 소방관이 희생됐다.



인명 구조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소방관의 사명감에만 기댄 채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대원들을 화재 현장에 투입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진화'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은 물론 소방관의 안전도 지키는 '살리는 진화'로 대응 체계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현장에는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소방관의 직접 진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방수포와 냉각 장치, 카메라를 탑재해 고열과 짙은 연기 속에서도 원격 진압이 가능한 무인 소방 로봇도 도입 초기지만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방어적 진압과 동료 구조를 뒷받침할 인력 확충도 뒤따라야 한다. 소방 당국은 펌프차 진압대원 등 현장 필수 인력 5000여 명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충원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문제는 첨단장비 도입도, 인력 충원도 결국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된 '재정 빨대' 발언처럼 소방 예산을 부담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올해 소방 예산 8조원 가운데 국비는 10% 수준이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재정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 크게 의존한다. 중앙정부가 재정 책임을 지방에 미루고, 지자체마저 이를 부담으로만 여긴다면 소방관은 물론 시민의 안전도 지킬 수 없다. 중앙정부부터 인력과 장비 확충에 필요한 재정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비극을 겪고도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가와 사회의 책임 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