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부천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을 조문한 뒤 이른바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앞서 추 지사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해 소방노조 등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식 사과가 소방관 사망 사고가 터진 뒤에야 나온 데다, 사과 표현에서도 '제복 공무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고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은 추 지사는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돼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소방관 폄훼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빨대' 발언을 사과했다. 또 "소방 공무원의 국가직화 이후에도 경기도의 경우에는 관련 인건비가 1조1000억 정도 되는데 정부 지원은 800억밖에 안 된다. 이런 구조적인 재정 문제를 말씀드리다가 나온 표현상의 실수였다"고도 했다.
소방 재정과 관련한 추 지사 발언의 발단은 8월 초 추 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재정 비상선언'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추 지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상당수 민생 사업, 필수 사업 올해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다"며 전임 김동연 지사를 비판했다. 전임 지사 시절 허용 한도를 꽉 채워 지방채를 발행하고, 다른 기금 재원을 일반 회계에 돌려 쓴 영향으로 재정이 위기상황에 처해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경기도 재정상태가 실제로 어떤지, 위기라면 누구의 책임이 큰 지 논란이 이어졌다. 경기도 예산규모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지사 임기 중 24조 원대에서 33조 원대로, 김 지사 때엔 33조 원대에서 40조 원대로 늘었다. 지역 화폐, 청년기본소득, 예술인·장애인·농어민 대상 기회소득 등 현금지원 사업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식으며 도세 수입은 감소해 6년 새 부채 규모가 급증한 게 사실이다.
작년 경기도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12.9%로, 전국 시·도 평균 14.6%나 서울의 20.5%보다 낮아 위기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임자에게 모든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자신의 위상을 대내외에 부각시키는 '빅 배스 전략'을 추 지사가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이 대통령이 최근 SNS에서 "힘없는 서민에는 더 가혹하고 소액의 서민 복지예산을 거리낌 없이 삭감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 것도 추 지사의 이런 움직임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거란 해석이 있다.
지자체장이 자기가 맡은 지방정부의 곳간 사정을 깊이 걱정하고 재정의 건전화를 꾀하는 건 전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위험을 과도한 수준으로 부풀리고, '빨대' 같이 자극적 용어를 사용해 국민 안전과 직결된 지출을 문제 삼을 경우 저의에 정치적 속셈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 특히 조문 후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 드린다"고 한 추 지사의 발언은 진심이 담긴 사과를 기다리던 소방 공무원과 국민, 지역 사회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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