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김 대표는 조 대법원장 탄핵에 대한 광범위한 요구가 있다며 "모든 방법과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권이 내세우는 핵심 탄핵 사유는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장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이 힘을 합치면 국회 의결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에 명시된 권한이고, 그 범위와 한계를 놓고도 헌법학계의 견해가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재제청 거부를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탄핵 추진의 실익도 의문이다. 조 대법원장은 내년 6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임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대법원장에 대해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즉각 직무가 정지된다. 사법부 수장의 공백에 따른 혼란과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탄핵을 요구하는 여권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높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적 공감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권으로선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겠지만 탄핵 카드가 갈등을 풀기는커녕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 대법원장 퇴임 이후 새 대법원장과 인선 문제를 협의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동안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제약받을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헌법이 대법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구분하고 있는 만큼 제청권을 임명권과 사실상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학계의 해석도 있다. 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수 없는 독립적인 헌법상 권한이다. 어느 한 쪽의 권한만을 앞세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국회의 동의권을 놓고 서로 우위를 다투기 시작하면 논쟁은 끝이 없을 것이다.



헌정회장 등 정치 원로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통 큰 결단도 해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청할 만한 제언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인 동시에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다. 헌법상 권한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가 기관 사이의 충돌을 조정하고 국정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 역시 대통령의 책무다. 물론 이번 결정이 향후 대법관 인선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관 제청과 임명 과정에서 각 기관의 권한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문제는 별도로 논의하고 정비할 일이다. 대통령이 먼저 교착의 돌파구를 연다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치력을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