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을 담당하며 금리 기사를 자주 쓴다.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날에는 주변 사람이 떠오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늘어나는 이자 부담으로 내 집 마련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사람들이다. 친구 모임에선 "집값 때문에 결혼할 엄두가 안 난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성실히 일하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린다.
얼마 전 선배가 "청년에게 고금리는 독일까, 약일까"라고 물었다. 이론적으론 금리가 오르면 투자와 채용이 줄고 이자 부담은 커진다. 그런데 선뜻 '독'이라고 답하지 못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려간 2020년 이후 서울 집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21년 7월 44.8%까지 올랐다. 청년들은 저금리 당시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한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16일,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렸고, 지난 8월 27일 연 3.00%로 한 차례 더 올렸다. 예금 이자가 늘고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 월급을 모으는 청년에게도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기대가 생길 법하다. 일본이 이런 상황을 먼저 겪었다. 저금리 속 땅값이 치솟던 1989년 12월 취임한 미에노 야스시 일본은행 총재가 정책금리를 잇달아 올려 부동산 거품을 잡아 일본 사회는 그를 '헤이세이의 오니헤이(에도시대 도적 떼를 소탕한 내용의 소설·애니메이션 속 특수경찰 수장)'라고 부르며 기대를 걸었다. 결과는 버블 붕괴와 긴 불황이었다. 청년들은 취업 빙하기를 맞았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2014년)에서 장기적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으면 부가 집중돼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을 부른다고 봤다. 집 한 채가 인생을 가르는 한국에선 금리가 내려도, 올라도 청년이 괴롭다.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일해서 재산을 쌓기 어려운 구조에 있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차라리 금리가 오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 청년들은 성실하게 일하고 투자한 만큼 내 집과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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