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본격 시작되면서 암표 문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LG 트읜스와 두산 베어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 주변에서 경찰이 암표를 단속하는 모습./뉴스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암표 문제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장 주변에서 암표를 사고파는 모습은 강력한 현장 단속이 강화돼 경기장 주변에선 눈에 띄게 줄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과 SNS 등에서는 여전히 웃돈을 얹은 티켓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고 신고 체계까지 마련했지만 암표 시장은 단속을 피해 거래 방식 자체를 바꾸면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암표 거래 혐의자 170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뢰를 분야별로 보면 프로스포츠 121명, 공연 49명으로 스포츠 분야가 대다수였다.



이들이 판매하려 한 입장권은 약 1만1000매로 거래 규모는 10억3000만원에 달했다. 수사 의뢰 대상의 70%에 육박하는 115명은 중고거래 플랫폼 티켓베이에 게시한 판매 글을 통해 적발됐다.

문체부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경찰과 함께 경기장 현장도 단속했다. 하지만 경기장 주변 단속만으로는 암표를 근절하긴 어렵다. 암표 시장이 온라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거래는 SNS에 좌석과 가격을 공개하고 구매 희망자와 개인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판매자가 계좌이체를 요구하거나 티켓을 전달하겠다며 구매 희망자를 다른 메신저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티켓 없이 돈만 받는 판매 사기도 나타나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우회 수법도 등장했다. 지난달에는 선수 사진이나 상품을 판매하면서 경기 티켓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가장한 사례도 나왔다. 티켓 가격을 직접 표시하지 않고 상품가격에 웃돈을 포함하는 방식이다. 판매자가 외국에 기반을 둔 서버를 이용하거나 거래 방법을 메신저로 바꾸는 경우는 사각지대가 된다. 국내 사업자 모니터링과 현장 단속만으로 추적이 어렵다.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28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한 티켓 구매와 판매가 금지된다.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신고포상금과 부당이익 몰수·추징할 근거도 마련했다. 과거 매크로 사용 여부 등이 처벌의 주요 쟁점이었다면 현재는 이를 이용하지 않은 부정거래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처벌 강화가 실제 암표 거래 근절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기 경기는 수요가 공급보다 월등하게 많다. 결국 암표상 입장에서 적발 위험보다 기대 수익이 크다고 판단하면 거래를 반복할 수 있다. 특히 익명 계정과 해외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는 판매자의 신원 확인이 어렵고 게시물 삭제만으로는 다른 계정에서의 재판매를 막을 수도 없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는 구매자가 있는 한 암표는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14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정가 4만원인 외야석이 10만원 이상에 거래됐다. 정가 12만원인 테이블석을 170만~2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온라인에 게시되기도 했다.

암표상의 수익이 이어지고 거래가 반복될수록 불법 재판매 시장은 동력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티켓을 양도하는 일반 관람객까지 암표상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도록 영리 목적과 반복성 등을 정교하게 구분해야 하는 점도 과제다.

암표 근절은 현장 단속이나 과징금 상향만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예매 단계의 대량 구매 차단, 거래 플랫폼 간 정보 공유, 신속한 신고·수사 체계, 정상적인 양도 경로 마련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팬들이 웃돈과 사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정당한 가격에 입장권을 구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