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별거하던 부인을 납치해 달아난 혐의로 구속된 김성우(26)가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뉴스1


스토킹이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경찰의 신변 보호를 신청한 여성들이 잇따라 흉기 공격을 당하면서 스마트워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자 신고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해자를 사전 격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0일 50대 장모를 살해하고, 별거 중이던 아내 A씨를 납치한 김성우(26)를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 8월22일 집을 나가 김성우를 폭행 혐의로 신고한 뒤 같은 달 말 이혼무효소송을 냈다. 그러자 김성우는 지난달 16일부터 범행 당일인 이달 11일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A씨 주변을 배회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해 스마트워치를 지급 받았지만, 사건 당시 방전 상태였다. 스마트워치 관리가 제대로 안됐음에도 경찰은 알지 못했다. 경찰은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기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점검이 의무는 아니다. 통상 경찰이 피해자에게 일주일에 한 번 착용 여부를 묻는 데 그치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제대로 작동해도 보복 범죄를 막기 힘들다. 지난 3월14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성범죄 전력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찬 김훈(44)이 스토킹 피해자인 20대 여성 B씨를 살해했다. B씨는 차 안에서 스마트워치로 구조를 요청했지만, 김훈은 전동 드릴로 차 유리를 깨고 들어가 범행했다.

지난 7월5일에는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김상수(52)가 전 연인 C씨를 살해했다. C씨는 스마트워치를 눌렀고, 경찰은 3분54초만에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이미 범행이 끝난 뒤였다. 스마트워치를 갖고 있었음에도 보복 범죄를 당한 경우는 올해에만 김성우 사건을 포함해 6건에 달했다.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는 2023년 1만6690건에서 지난해 2만1974건으로 31.7% 늘었다. 스마트워치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최우선 출동 대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가해자가 이미 피해자 눈앞에 있다면 신속한 출동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스토킹이나 관계성 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한 대책이 필요하다.

관계성 범죄 피해자 상당수는 보복이 두렵거나 가해자와의 관계 때문에 처벌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달 12일 제주에서 자신을 스토킹한 60대 남성에게 살해된 40대 여성은 4차례 스토킹 및 성폭력 신고를 하고도 사건 접수를 거부하거나 처벌불원서를 내 사건이 종결된 뒤 변을 당했다. 피해자 의사에만 의존해선 보복 범죄를 차단하기 힘든 것이다.

관계성 범죄에 대한 별도의 현행범 체포 요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현행범 체포는 범행 중이거나 범행 직후에만 가능하다. 관계성 범죄는 뒤늦게 신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를 즉시 체포하기 어렵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하거나 심각한 폭력·통제 정황이 확인되는 등 위험성이 높은 경우 즉시 체포할 수 있도록 특례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에만 적용하는 전자발찌 부착 제도도 친밀관계 범죄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