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숏드라마 시장이 커지면서 콘텐츠 완성도와 권리 보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플랫폼 '드라마박스'가 제작한 AI 드라마 장면./유튜브채널 '드라마박스'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면 불륜과 복수, 환생을 다룬 드라마가 쏟아진다. 짧은 영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음 장면을 보려면 앱에서 결제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인물과 영상까지 등장하면서 숏드라마 시장의 유통과 제작 방식이 동시에 달라지고 있다.

숏드라마는 회당 1~2분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콘텐츠다. SNS에 공개된 일부 장면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끈 뒤 전용 앱으로 유입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초반부터 갈등을 빠르게 키우고 결정적인 순간에 이야기를 끊어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무료로 공개된 회차 이후에는 광고 시청이나 유료 결제 등을 통해 후속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숏드라마를 찾는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앱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숏드라마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5년 8월 90만명에서 2026년 8월 298만명으로 1년 새 약 3.3배 증가했다. 짧은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숏드라마가 새로운 영상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AI는 숏드라마 제작 문턱을 낮추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한 AI 영상 제작 감독은 작품의 품질이 비슷하다는 전제 아래 AI 드라마 제작비가 기존 실사 촬영의 약 10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섭외와 촬영장 대여, 세트 제작 등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 더 많은 콘텐츠를 빠르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업계가 AI에 주목하는 이유다.

중국에서는 AI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가 실제 흥행 사례를 만들고 있다. AI로 제작한 숏드라마 '풍수천사'는 지난 3월 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 공개된 뒤 12시간 만에 조회수 1억회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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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늘었지만, 흥행은 소수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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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문턱이 낮아지면서 콘텐츠 공급은 빠르게 늘었지만, 흥행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많지 않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아이(DataEye)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더우인 신규 AI 드라마·만화극은 22만1900편이다. 이 가운데 조회수 1억회를 넘긴 작품은 1055편으로, 전체의 약 0.48%에 그쳤다.



AI를 활용하면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시청자의 선택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설정과 전개가 반복되면 시청자의 관심을 지속해서 끌기 어렵고, AI가 구현한 인물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경우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제작 효율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차별화된 이야기와 영상의 완성도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과 초상권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가 기존 영상과 이미지를 학습하거나 실제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창작자의 권리와 당사자의 동의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 효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도 이용자 확대에 발맞춰 콘텐츠 경쟁력과 권리 보호 체계를 함께 고민해 볼 때다. 국내에서 중국계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제작사와 플랫폼 역시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을 이야기와 제작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AI를 활용하더라도 기존 창작물과 인물의 얼굴·목소리 등을 사용할 때는 적법한 이용 권한을 확인하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 침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AI를 앞세워 제작비를 낮추고 콘텐츠 공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면, 국내 시장의 과제는 단순히 제작 속도와 물량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표정, 일관된 인물 묘사 등 영상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여기에 탄탄한 이야기와 창작자·출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까지 갖춰져야 한다. AI로 제작 효율을 높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콘텐츠의 질과 신뢰를 함께 쌓는 것이 숏드라마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