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세미나에서 "군사분계선(MDL)에서 남과 북으로 2.5㎞(실제로는 2㎞) 떨어진 곳에 각각 철책선이 있다"며 "유엔사 관점에서 보면 남쪽 철책선에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해당구역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이북을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어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발언인지 분명치 않으나 정전 관리 권한을 영토주권과 혼동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여당에선 "동맹은 존중하되 주권은 양보하지 않겠다"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발언" 등 반발과 사과 요구가 쏟아지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정부도 최근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 전반에 대해 여러 통로로 미 측에 의견을 표명했고, 미 측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공감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도 "해당 발언은 주권 문제를 다루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보 핵심 사안이자 국민적 정서와 직결된 영토 주권 문제라는 점에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전협정 어디에도 비무장지대를 한국 주권의 예외지대로 한다는 규정은 없다. 정전협정 제1조에 따른 유엔군사령관의 책임과 권한은 비무장지대 내 군사적 충돌 방지와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 등에 관한 것으로 이는 주권의 이양이나 치외법권의 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유엔군사령관이 DMZ 관리를 담당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영토주권이 제한되는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브런슨 사령관의 신중하지 못한 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두고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고정된 항공모함" "중국 동부 해안에서 보면 아시아의 심장부에 꽂힌 단검 같은 존재"라고 규정해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서도 "조건도, 우리 계획도 바뀌었기 때문에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나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동맹국의 주권과 안보적 이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발언은 불필요한 논란을 키울 수 있다.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반도 안보와 한미 동맹의 핵심 틀을 지탱하는 자리다. 그의 말 한마디는 한반도 정세는 물론 동맹의 신뢰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무게감을 갖고 있다. 최근 한미간 정보 공유 문제까지 불거져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의와 정교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논란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브런슨 사령관에게 엄중히 주의를 환기시켜야 할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 스스로도 발언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시대대담] "대법관 제청, 이 대통령이 통크게 양보해야" | 헌정회장-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①](https://i.ytimg.com/vi/oA3-tCCDQF4/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