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접 불꽃이 튀는 조선소 생산 라인. 로봇 팔이 철판을 따라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작업자는 용접 상태와 품질을 점검한다. 사람과 로봇의 협업은 제조 현장의 흔한 풍경이 됐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로봇에 맡기고 사람은 설비 운용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조선업은 주요 사업장이 지방에 위치한 데다 작업 강도가 높아 내국인 인력 확보가 특히 어렵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조사 결과 조선업 전체 인력 중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07년 3.2%에서 2024년 22.7%로 늘어났다. 정부는 조선 대형 3사의 직영 인력을 20% 늘리는 등 고용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청년층 유입과 숙련 인력 양성은 부진한 상황이다.
일손 부족은 조선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제조업 취업자는 429만5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4.7%에 그쳤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5월 기준 15%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9월 제조업 취업자는 27개월 만에 늘었지만 증가 폭은 1만6000명에 그쳤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로봇 보급률은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다. 로봇 활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인력난은 여전하다. 숙련공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까지 로봇이 완전히 대신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한 인력 대체를 넘어 사람과 로봇이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협업 체계가 요구된다.
HD현대삼호는 위험하고 반복적인 용접 공정에 로봇을 투입해 작업자의 부담을 줄였다. 협동로봇은 기존 수작업보다 작업 효율이 약 40% 높았고, 판넬슬릿 용접 로봇은 3배 이상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뒀다. 반복적인 용접 작업을 로봇이 맡으면서 작업자는 고난도 용접과 품질 관리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제철소 고로 풍구 설비 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온의 설비에 사람이 직접 접근해야 해 화상과 가스 중독 위험이 컸다. 로봇 도입으로 주 1회 실시하던 열화상 측정이 매일 가능해졌다.
기술 단절을 막으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삼호는 전문 인력의 용접 기술을 공정 표준과 데이터로 축적해 경험이 적은 작업자도 안정적인 작업 품질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 6월 NC AI와 '자율 용접 AI' 개발에 착수했다. 일부 용접공을 로봇 운영자로 전환해 작업 경로 설정과 품질 판단을 맡기고 있다.
근로자들은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한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에 반대했던 것도 고용 불안과 맞닿아 있다. 한 제조업 근로자는 "로봇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거나 담당 업무가 크게 달라지는 등 직접적인 변화는 아직 없다"면서도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봇 기술 도입과 함께 근로자의 직무 전환과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로봇 설비 투자 단계부터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전환배치 계획을 수립하고, 자동화 기술 운용 역량을 자격·임금체계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거론된다.

![[시대포럼] "What's the Difference?" 이수만 “무엇이 다른가” #shorts](https://i.ytimg.com/vi/46iNwbKv3PA/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