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22일 전(全) 국경선에서 북한군의 '새로운 대응수단'이 임무대기 태세에 들어가고 대남 확성기도 수일 안에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전날도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에 대한 한국군의 경고사격을 문제 삼으며 이달 중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북한군이 MDL 이남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3명이 부상당한 지 꼭 한 달 되는 날, 북한이 먼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 행세를 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는 전형적인 적반하장이다.
김여정은 21일 새벽에는 포병 전문가인 박정천 국방성 고문 등과 함께 MDL 일대의 이른바 '남부 국경 요새화' 현장도 시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2024년 4월부터 MDL 일대에 철책과 대전차 방벽, 지뢰 지대를 조성해 온 북한이 고위급 인사들의 현장 방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후 우리 측의 '자작극'이라며 포격 도발에 나섰던 북한이 이번에도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김여정은 지뢰 사고와 관련, 지난달 30일에는 우리 군 발표에 대해 되레 "서울의 자작 광대극"이라고 했었다. 북한의 안하무인식 대응이 갈수록 심해지는 데는 우리 측의 무른 대응이 한 원인이다. 북한 지뢰 폭발 사고 이후에도 정부와 군은 이렇다 할 '상응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애초부터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매설한 지뢰 제거 작전을 한 차례 한 게 상응 조치의 전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대해서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하겠다는 조건부적 입장인 것 같다"고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두 달도 안 돼 대북전단 살포 통제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및 확성기 철거, 대북 라디오·TV 방송 중단, 북한인권보고서 비공개 등 각종 유화책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북한은 조롱과 멸시로 응답해 '대북 저자세'라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핵무기와 관련해 "그것으로 실전을 치를 것인가. 최후의 방어 무기"라고 했다.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여 대응의 명분을 스스로 축소시킨 것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군 당국은 이제는 말로만 하는 상응 조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대남 확성기 가동을 강행할 경우 즉각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는 등 강력한 압박 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심리전의 핵심 자산이다.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유화책만으로 평화가 지켜질 수 없으며, 단호한 원칙과 압도적인 대비 태세가 바탕이 되어야만 실질적인 정세 관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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