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현장에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서 노동조합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난과 고령화 속에 자동화가 불가피한 만큼 기술 도입을 막기보다 고용 안정과 직무 전환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일방적인 자동화와 노조의 무조건적인 반대 모두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노사가 기술 도입 단계부터 협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에 공동 대응하고 신기술 추진 상황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기술 도입에 따른 고용 문제를 노사가 함께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는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로봇에 맡겨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노조도 로봇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로봇 도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로봇을 일방적으로 투입하는 게 아니라면 로봇이 필요한 공정과 그렇지 않은 공정을 협의로 가리겠다는 설명이다.
로봇 도입을 둘러싼 고민은 자동차 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과 철강 등 주요 제조업에서도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숙련 인력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난이 겹치면서 자동화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술 전환을 늦추는 것도, 근로자를 일방적으로 줄이는 것도 답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 전환의 속도가 늦어지면 안 된다"고 밝혔다. 테슬라와 중국 BYD 등이 로봇 중심으로 생산 체제를 바꾸는 상황에서 도입이 늦어지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봇 도입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 국민 구매력의 원천인 근로소득이 줄어 내수 기반과 청년 일자리가 무너질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남는 인력을 재교육과 전환 교육을 통해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방안을 회사 안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봇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면 기업의 기술 전환이 지연될 수 있지만 경쟁력만 앞세워 근로자의 고용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자동화가 반드시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봇 도입으로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생산과 소비가 늘어 추가 고용이 생기는 효과가 역사적으로 강했다"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로봇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존 근로자가 로봇과 협업하는 방식을 우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노사가 신기술 도입을 함께 논의해 온 사례가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스웨덴이 1970년대 말 인체공학을 앞세운 자동화를 시작했고 1980년대 들어 신기술 협약이 많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독일도 인체공학 연구를 접목해 인간 노동에 이로운 방식으로 신기술을 도입하는 협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술 도입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라 인간 노동과 조화를 이루고 대체보다 보완이 되는 방향으로 협약을 맺었다"며 "공정이 바뀌면서 생기는 배치 전환 등의 문제도 함께 다루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노사가 AI와 로봇 도입에 공동 대응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봇을 어떤 공정에 먼저 투입할지, 기존 근로자에게 어떤 대체 업무를 제공할지 등을 사전에 논의하자는 것이다. 공장 내부에서 전환배치가 어렵다면 관계사와 협력사까지 인력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자동화로 얻은 성과 일부를 임금 하락 방지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위원회 논의를 교섭이나 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박 교수는 "결국 핵심은 지금이라도 노사가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술적이고 전문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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