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청년들의 전국적 폭력 시위를 촉발한 대표적 원인으로 은퇴 세대에 지나치게 관대한 프랑스의 연금제도가 지목되고 있다. 은퇴자에게 높은 연금을 지급하는 데 들어가는 재정이 많다보니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등의 투자에 쓸 돈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연금제도 개혁의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후과가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혼란으로 돌아오고 있다.
프랑스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의 약 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43%에 비해 현저히 높고, 유럽의 다른 선진국에도 크게 웃돈다. 은퇴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20, 30대 현역 근로자의 중위 소득보다 높게 잡힐 정도다. 넉넉한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세대의 빈곤율은 4%인 데 비해 주거비 부담,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빈곤율은 갑절이 넘는 10%에 이른다고 한다.
근로자·기업이 적립한 기금에서 지급되는 한국의 국민연금과 달리 프랑스는 현역 근로세대가 낸 기여금을 은퇴 세대에 연금으로 준다. 고령화 영향으로 은퇴자 1명의 연금을 1.7∼1.8명의 현역 근로자가 부담하고 있다. 부족한 돈을 메우는 데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면서 프랑스 정부의 연금 관련 공공지출은 전체 예산의 25%까지 치솟았다. 다른 곳에 돈 쓸 여유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 결과가 "쥐와 바퀴벌레가 학교에 들끓는다"며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시위다.
한국은 지난해 3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개혁을 했다. 18년 만의 개혁이라고 하지만 효과는 고갈 시점을 2056년에서 8∼15년 늦추는 것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까지 주가 급등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수익이 급증해 고갈시점이 크게 미뤄질 거란 희망도 있었지만, 최근의 주가 급락으로 그런 기대도 꺾였다.
연금기금이 바닥나면 프랑스처럼 한국도 현역 세대가 낸 돈으로 은퇴자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 때의 현역 근로자는 소득의 약 30%를 은퇴자 연금으로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이미 재정에서 지출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기초연금 개편안을 내놨지만 '중산층까지 준다'는 지적을 받는 지급대상 '70%' 기준은 손대지 않고, 저소득 노인들에게 3만 원을 더 얹어주는 선에서 결정됐다. 총 지급액이 개편 전보다 늘어 개혁이란 말이 무색하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저출생이 진행되는 한국이 이런 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평생 내기만 하고 은퇴 후엔 못 받을 것'이란 청년 세대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일본처럼 인구·성장률과 연동해 보험료·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하고, 기초연금 지급대상을 줄이는 추가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기성세대들의 표를 의식해 정부와 정치권이 후속 연금개혁을 주저한다면 청년층의 좌절이 한꺼번에 폭발한 오늘날 프랑스의 혼란을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도 보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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