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산이 아닌가?" 대군을 이끌고 설산 꼭대기에 오른 장군이 돌연 이렇게 외친다. 장병을 이끌고 하산해 옆 산에 오르더니 이번엔 지도를 펼친다. "아! 그 산이 맞았나 보다." 1980년대 유머집에 실린 일화가 아니라 오늘의 경찰 이야기다.
경찰만큼 직제가 자주 바뀌는 곳도 많지 않다. 생활안전, 수사, 경비, 정보 등 맡은 분야가 많다는 걸 감안해도 그렇다. 사회적 반향이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 정책이 바뀔 때마다 급한 불을 끄는 식의 인력 돌려막기가 일상화돼 있다.
2023년 8월 서울 강남역 사거리. 검은 제복의 경찰특공대원들이 전술 장갑차를 세워두고 소총을 멘 채 지하상가를 순찰했다. 흉기 난동이 잇따르자 경찰은 두 달 동안 연인원 74만 명을 특별치안활동에 투입했다. 당시 경찰청 차장이던 '기획통' 조지호 전 경찰청장 주도로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77년 역사의 경찰기마대를 폐지하고 내근 인력을 2000여명 줄여 형사기동대, 기동순찰대를 신설했다.
새 간판은 2년을 못 갔다. 형사사법체계 변화에 맞춰 경찰 수사인력 보강 문제가 불거졌다. 기동대와 기동순찰대에서 1200여명을 차출해 수사 부서에 배치했다. '광역예방순찰대'로 이름이 바뀐 기동순찰대의 정원은 2336명에서 1051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기동대도 유탄을 맞았다. 부대별 정원이 80명에서 72명으로 10% 감소했다. 연차, 병가 등을 감안한 일선 기동대 근무 인원은 60명대로 준다. 현 정부 들어 집회·시위가 줄었지만, 노동계의 투쟁 등이 격화하면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
수사관을 늘리기 무섭게 다시 칼부림 사건이 터졌다. 이달 13일 인천 복합상가에서 최충락(59)의 흉기 난동이 벌어진 뒤 경찰은 다중밀집장소 강력범죄 예방활동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핼러윈데이가 끝나는 다음달 1일까지 대형 쇼핑몰과 지하철역 등의 순찰을 늘렸다.
오락가락하는 지휘부의 결정에 일선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민생치안 강화한다며 순찰인력 늘리다가 갑자기 수사인력 보강이 먼저라며 말을 바꾸더니, 이제 또 순찰 돌라네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의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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