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뉴스1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중복상장 규제 대상으로 판단한 데다, SK하이닉스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도 지분가치 희석과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확산한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솔리다임의 프리 IPO 및 IPO 추진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IPO 추진의 실익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결정에는 솔리다임 상장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공개적으로 규제 대상이라는 판단을 밝힌 가운데, 모회사 주주 보호를 둘러싼 시장의 문제 제기도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과 관련해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금융감독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역시 솔리다임이 상장 규정상 종속회사 등에 해당할 수 있어 주주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금융당국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던 SK하이닉스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됐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에서도 솔리다임이 별도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거나 기존 주주들의 경제적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솔리다임이 신주 발행을 통해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면 SK하이닉스 측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고 향후 솔리다임이 창출하는 이익도 외부 주주와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IPO가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선택지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솔리다임의 성장 잠재력을 별도로 평가받고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 SK하이닉스의 직접적인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시설 투자와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활용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이날 입장문에서도 IPO 검토의 목적이 "솔리다임의 성장 재원 확보와 SK하이닉스 주주가치 제고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상황과 주주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는 상장 추진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사업 실적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솔리다임은 프리 IPO 및 IPO 추진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의 투자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성능·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특히 솔리다임이 미국에 기반을 둔만큼 현지 신규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직접 투자와 외부 자본 조달을 비교 검토해 왔지만, IPO 검토 중단으로 투자 재원 확보 방안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자금 투입을 확대할 경우 솔리다임의 성장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SK하이닉스의 투자 여력과 주주환원 재원 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외부 투자 유치나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