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찌개 하나 끓이려다 두부는 남고 애호박은 시들고 간은 맹탕이 됐다. 이런 시행착오를 한 번쯤 겪어본 소비자들이 향하는 곳이 밀키트 코너다. 고물가 시대 밀키트는 조리 편의 상품을 넘어 일정 수준의 맛을 보장하는 '실패 없는 한 끼'로 진화했다.
밀키트는 더 이상 요리를 대신해주는 상품이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보장해주는 상품에 가깝다. 외식비 부담이 커진 데다 식재료를 사놓고 버리는 비용까지 부담이 되면서 검증된 레시피와 완성도를 앞세운 제품 수요가 늘었다. 소비자들이 조리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맛을 기대하자 업체들도 상품 차별화에 나섰다.
이마트는 피코크 '비밀연구소' 소속 셰프들이 개발한 레시피를 적용해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했다. 피코크 밀키트는 20~5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찾는다. 컬리는 프리미엄 전략에 무게를 뒀다. 2017년부터 이연복·정지선·정호영·김도윤 등 20여명의 셰프와 협업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선보이며 집에서도 외식 수준의 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마트 피코크 밀키트의 올해 1~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상품 수는 약 75종을 유지했다. 컬리의 올해 9월 누적 밀키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자체 브랜드(PB) '차려낸'은 지난해 4월 출시 9개월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넘어섰고 상품군은 약 40종으로 확대됐다.
밀키트를 찾는 이유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끼를 간편하게 해결하기 위한 수요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외식비 부담 속에서 집에서도 검증된 맛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대체재였던 밀키트가 외식 경험의 일부를 대신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소비 심리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 맞닿는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은 '확률주의 생존법'을 소비 키워드로 제시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만족을 극대화하기보다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선택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분석이다. 밀키트는 재료 낭비와 조리 실패 부담을 낮추면서 일정 수준의 맛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식재료 낭비 부담이 커지면서 정량화된 재료와 검증된 레시피를 제공하는 밀키트 선호가 높아졌다. 재료 구매 비용뿐 아니라 시간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부담까지 고려하면 밀키트는 소비자 입장에서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식재료 낭비 부담이 커지면서 정량화된 재료와 검증된 레시피를 제공하는 밀키트 선호가 높아졌다. 재료 구매 비용뿐 아니라 시간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부담까지 고려하면 밀키트는 소비자 입장에서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면서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는 최근 소비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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