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초안전사회 구축 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지난 22년 동안 여러 차례 입법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좌초된 사안이다. 위헌 논란 때문인데, 이를 넘어설 제도 설계가 도입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회의'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흉악범을 영구 격리해 피해자와 유족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등 논의된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도를 도입하려면 국회가 형법 제42조와 제72조 등을 고쳐야 한다. 현행법상 무기형 수형자는 20년을 복역하고 행상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하면 행정처분으로 가석방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선고할 근거는 없다.
입법 시도는 2004년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사형제를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2008년), 김부겸 민주당 의원(2009년),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2010년), 유인태 의원(2015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2019·2021년)이 비슷한 법안을 냈다. 이 법안들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23년 흉기 난동이 잇따르자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사형제 존폐와 별개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만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법무부도 같은 해 10월 정부안을 국회에 냈다. 이들 법안 역시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2대 국회에서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2024년 낸 사형 폐지 특별법안과 법제사법위원장인 서 의원이 다시 낸 형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도입 필요성에는 여야가 대체로 공감한다. 관건은 위헌 소지를 해소할 보완 장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10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의 전제' 보고서에서 "자유를 회복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제12조의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 위헌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수형자가 교도소에서 생을 마치는 '느린 사형'이 되지 않도록 특별감형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유럽인권재판소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캐나다 연방대법원에서 밝힌 것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그 자체로 위헌적인 논란이 있다"며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 가둔다는 것은 갱생이나 교화, 사회 복귀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감형 제도 등이 보완책으로 언급되는데 집권자의 의지가 제도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대에 "헌법재판소가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가석방 없는 무기형도 위헌이 아닐 수 있다"며 "다만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의 전제 조건은 사형제 폐지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한 뒤 위헌 소지를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위헌 가능성을 이유로 논의조차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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