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잇단 흉악범죄를 개별 사건이 아닌 국가 안전망의 실패로 보고 사후 대응 중심의 치안 체계를 뜯어고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 회의'에서 "최근 가족,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부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상동기 범죄 같은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무조정실과 법무부, 경찰청, 성평등가족부 등 9개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관계성 범죄와 이상동기 범죄를 피해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문제로 규정했다. 특히 관계성 범죄를 두고는 "피해자가 지속적 위협에 노출되거나 위험을 알리고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민께서 일상에서조차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위험 징후를 놓친 최근 사건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새벽 제주에서는 60대 남성이 전 연인인 4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스토킹과 성폭력, 교제폭력 등으로 가해자를 4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4건 모두 경고에 그치거나 종결 처리했다. 2023년 스토킹처벌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이미 폐지된 상태였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도 신고가 정식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 13일 인천 구월동 대형 상업시설에서 시민 10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최충락(59)은 전자발찌를 찬 살인미수 전과자였다. 법무부는 그를 4단계 관리 등급 중 두 번째로 낮은 '집중' 등급으로 분류했다. 최충락은 지난달 9일 병원 앞에서 흉기를 든 채 1인 시위를 하다 경찰에 신고됐지만 경찰은 흉기를 보관했다가 시위가 끝나자 돌려줬다. 경찰은 이달 6일 공공장소 흉기소지 혐의로 그를 조사해 흉기를 압수하고 신병은 확보하지 않았다. 입건 사실을 통보받은 법무부도 흉기 소지 금지만 지시했을 뿐 관리 등급은 올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사후 대응 중심의 치안 체계를 사전 예방 체제로 대대적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했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미 발생한 범죄를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범정부 합동대응기구 구성과 함께 피해자 보호 장비 작동 여부, 전자발찌 착용자 등 고위험군 관리 실태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초안전사회를 위한 범정부 액션플랜은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안전과 안심을 체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일체의 작은 허점이 있어서도 안 되는 만큼 논의를 통해서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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