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본인 뒤에서 촬영하는 이진숙 국민의힘 보좌진에게 항의하고 있다./뉴스1


올해 국정감사가 막말과 고성, 피감기관 망신주기, 쇼츠 촬영 등이 뒤섞인 '자기 정치'의 장으로 더욱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적 의식에서 나오는 품격, 정책 질의를 통한 정부 견제, 그 결과로 얻어야 할 공익이 모두 빠진 '3무 국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의 결과로 보고 그 뿌리인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23일 유튜브 데이터 API로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올라온 쇼츠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제목·설명·해시태그에 '국정감사' 또는 '국감'이 들어간 180초 이하 영상은 6481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32건꼴이다. 집계 대상에는 국회의원 채널뿐 아니라 언론사와 정치 유튜버 등 모든 채널의 영상이 포함됐다. 쇼츠 활용이 적었던 수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국감이 팬덤 정치의 무대가 되면서 쇼츠는 그 도구로 오남용되고 있다. 6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서영교 법사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발언권 정지에 항의하는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유튜브 찍으려고 이러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튜브는 위원장님이 잘 찍으시잖아요"라고 맞섰다. 두 사람은 이 장면을 각자의 채널에 쇼츠로 올렸다.

쇼츠는 그 자체로 공방의 소재가 됐다. 법사위 소속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후 "쇼츠 조회수 올리고 그다음에 후원금 구걸하고 있다"고 말했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쇼츠 찍는다고 정신이 없다"고 받아쳤다. 서로를 비난하던 여야는 정작 당 차원에서는 쇼츠 제작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각 의원실에 국감 활약상을 담은 15초 쇼츠를 보내라는 공문을 돌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발언을 편집한 '국민의힘 초선 패륜 3남매' 쇼츠를 공식 채널에 올렸다.

법사위는 정치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임위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관례대로 대법원 국감에서 인사말만 하고 이석해 온 조희대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해 답변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선서를 거부하고 대부분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솔 진보당 의원이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인가"라고 묻자 조 대법원장은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맞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태규 의원이 "우리 부엉이바위의 진실이나 하나 만듭시다"라고 하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인간이 되세요, 인간이"라고 쏘아붙였다. 김태규 의원은 "네가 인간이 되세요"라며 "수준하고는"이라고 받아쳤다. 김용민 의원이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어"라고 거들자 김태규 의원은 "김용민, 부엉이바위에 긁혔어?"라고 응수했다. 부엉이바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곳이다. 서 위원장은 김태규 의원의 발언권을 정지했다. 오후 감사에서는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 위원장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배"(서영교), "여자 깡패"(박형수)라는 말까지 오갔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가 정회된 후 언쟁을 하고 있다./뉴시스


12일 감사원 국감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영신 감사위원에게 "유병호 꼬붕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김 감사위원은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13일에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 이름을 띄어 써 SNS에 남긴 '이재 명을 끊을 때'라는 댓글을 두고 "나 같으면, 법률비서관이었으면 자살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같은 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 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쇼츠 촬영을 둘러싼 충돌도 벌어졌다. 2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보좌진이 김현 민주당 의원 바로 뒤에서 영상을 찍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자료가 찍힌다며 항의하고 보좌진을 맞촬영했다. 송기헌 과방위원장이 제지한 뒤에야 감사가 이어졌다. 같은 시각 법사위에서도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쇼츠를 그만 찍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위원회에서는 피감기관 망신주기와 보안구역 촬영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질의 도중 "내가 물어보잖아" "내가 조용히 질의하려고 하는데"라며 고성을 질렀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계룡대 육군본부 국감 때 촬영이 허가되지 않은 국감장 밖 복도에서 "여러분 계룡대로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영상을 찍어 SNS에 올렸다. 김 의원은 보안 문제가 불거지자 영상을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의 뿌리를 의원의 자질과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제도에서 찾았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대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의 자질 문제가 있다"며 "공적 마인드보다 인기를 좇는 함량 미달 의원을 지금 제도가 걸러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만 특화돼 정책과 입법 역량보다 선거에서 지지층에 호소하는 행태를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반복한다"며 "결집된 강성 지지층에게만 호소력을 가지면 당선되는 제도적 조건에서는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 일할 국회의원이 탄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근본적으로 선거제도와 정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천 구조에 대해서는 "정당 지도부나 당내 지분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공천을 좌우한다"며 정당법을 포함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당 보조금에 대해서는 "선거비용 보전 외에 정당의 일상 활동까지 국가가 보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국감이 공적 마인드를 잃어버리고 자기 정치를 하는 장으로 전락했다"며 "당내 권력만 쥐면 공천할 수 있는 구조 때문에 강성 팬덤만 바라보는 혐오의 언어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강성 팬덤을 조종할 수 있는 유튜버들이 등장했고 정당이 그 유튜버에게 휘둘리는 현실"이라며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 맞지만 공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익을 위해 정치하는 정당을 정당법에 따라 지원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에 대한 제척 안건 의결을 바라보고 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