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구인난에 퇴직금 소송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 중소병원 이미지./AI이미지 생성


지방 중소병원들이 의사들의 잦은 이직에 따른 퇴직금 지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지역의 의료업계에 따르면 일부 병원에서는 오래전부터 의사 채용 과정에서 퇴직금 등을 포함해 세금 등을 공제한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급여를 약정하는 이른바 '네트(Net) 계약'을 맺어 왔다. 이에 따라 월급 속에 미래에 지급할 퇴직금까지 포홤시켜 지급해 왔다는게 병원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퇴직 이후 별도의 퇴직금 청구가 이어지면서 사전 지급액의 법적 효력과 정산 가능성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한 병원은 2019년 1월께 의사 A씨와 퇴직금 등이 포함된 급여 조건으로 계약하고 2022년 12월까지 임금을 지급했다. A씨는 퇴사 약 1년 6개월 뒤인 2024년 6월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은 약 1년 6개월간의 소송 끝에 올해 1월 1심에서 패소해 항소한 상태다.

판결에 따르면 법원은 계약서의 명칭이나 의사라는 직업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제 근무 형태를 인정했으며 퇴직금의 구체적인 금액이나 산정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월급과 구별되는 퇴직금이 실제로 지급됐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는 적법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아니라 장래에 발생할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해 미리 지급하기로 한 약정에 해당하며 법률상 무효라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액과 대납 세금 등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채용 당시 합의한 급여 조건에 따라 비용을 부담했는데도 퇴직 후 추가 지급 의무가 발생해 경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김해지역에서도 유사한 분쟁으로 병원 경영에 타격을 입었다는 사례가 제기됐다. 한 요양병원은 봉직의사 4명 가운데 3명은 퇴직금 포함 계약을 인정했지만 나머지 1명이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병원 측이 패소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당초 분쟁 금액은 1억5000만원이었으나 연차수당과 이자 등을 포함한 지급액은 2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병원 이사장은 지급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파산했고 병원 소유권도 이전된 상태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김해의 또 다른 요양병원에서도 봉직의사의 가족이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2심까지 진행했으나 병원 측이 패소했고 이후 병원장이 개인파산을 신청하면서 병원이 폐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병원 관계자는 "네트 계약에 따라 퇴직금을 미리 지급했는데도 추가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은 병원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며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방 중소병원의 현실을 고려해 의사와 병원 모두의 권리를 보호할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제도 개선으로 법정 퇴직금 지급 원칙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단계부터 임금과 퇴직금, 연차수당을 명확히 구분하고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관련 법안과 동향을 면밀히 살피겠다"며 "의료기관의 혼란을 예방할 수 있도록 계약서 작성과 검토를 강화하고 의료법 관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사의 정당한 퇴직금 청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의료기관이 법적 위험을 예측할 수 있도록 계약 관행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계약의 적법성은 법원 판단에 따르되 유사 분쟁의 반복을 줄일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