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지만 말고 대답 좀 해봐. 네가 나한테 그러면 안 되잖아!" 지난 7월23일 자정을 넘긴 시각. A군(17)은 전 여자친구 B양(17)에게 분노에 찬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냈다. 지인을 통해 B양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DM을 보낸 것.
DM으로 다섯 차례 음성통화를 시도한 A군은 같은 날 낮 B양의 집 근처에서 B양을 흉기로 공격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서보민)는 27일 살인미수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군에게 징역 단기 4년, 장기 7년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소년부 송치)을 받는 10대 청소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청소년 또래집단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SNS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에게 다량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스토킹 범죄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7일 동행미디어 시대가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구공판(기소)하거나 약식기소한 스토킹처벌법 위반 피의자는 2022년 7117명에서 2025년 1만4200명으로 9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소년부에 송치된 10대 피의자는 35명에서 185명으로 428.6% 급증했다. 올해는 9월 말 기준 10대 피의자 126명이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소년부 송치는 검찰이 10대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넘기는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는 절차를 뜻한다. A군처럼 스토킹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져 기소된 청소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이들에 대한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시대가 김 의원을 통해 확보한 A군의 공소장을 보면, 스토킹 범행은 SNS 메신저로 시작됐다. A군은 지난 7월19일 B양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지 3분 만에 B양에게 "야, 미안했고 영통(영상통화) 걸게"라는 DM을 보냈다. 20여분 뒤에는 "나 차단한거야?" "전화라도 받아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고, 이어 DM과 카카오톡을 통해 영상통화와 음성통화를 잇달아 시도했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하루에만 카카오톡 메시지 60건을 보냈다.
특히 A군은 지난 7월23일 지인을 통해 B양이 새로운 남성과 사귀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분노를 더 주체하지 못했다. 곧바로 B양에게 DM을 보내고, 답이 없자 DM 음성통화를 5차례 시도하고 DM메시지를 보냈다.
이별 통보 이후 닷새간 A군이 B양에게 보낸 DM을 포함한 메신저와 통화 시도는 모두 84차례에 이른다. 결국 이날 오후 1시20분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주택가 골목길에서 B양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전문가들은 메신저 연락이 일상인 10대들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반복된 연락을 스토킹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속적으로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고, DM을 보내는 게 다 스토킹 범죄에 속한다. 청소년들은 평소에 지속적으로 SNS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과 연락하다 보니 죄의식 없이 반복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10대들은 인스타그램 DM과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를 통해 소통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말 펴낸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를 보면, 메신저를 쓰는 이유로 청소년의 87.4%가 '또래 친구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SNS로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게 직접 만날 때보다 편하다'는 응답도 30%에 달해, 2019년(13.9%)의 두 배를 넘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또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성 교제 문제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SNS 메신저에 의한 스토킹 범죄의 사례를 알려주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함과 동시에 이성 교제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언제든 상담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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