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보수 성향 싱크탱크 연구원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 기반과 한반도 안보 위기를 지목했다. 사진은 지난 2025년 10월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전 세계 경제에 재앙 수준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댄 블루멘탈 선임 연구원의 기고문을 인용해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당해에만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5%에 해당하는 4조 달러(약 5305조원) 이상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워 인공지능(AI) 가속기용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약 3분의2를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반도체 단지 등 한국 내 주요 생산 시설들이 북한의 직접적인 공격 사정권에 놓여 있다는 점이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지적됐다.

블루멘탈 연구원은 "전쟁으로 이 시설들이 파괴되면 컴퓨터와 스마트폰 가격이 폭등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첫해에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하는 4조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 대안 역시 수백억 달러의 막대한 비용과 수십 년간 축적된 전문 인력 문제로 인해 현실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블루멘탈 연구원은 대북 억지력 약화가 무력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에 약 1만4000명의 병력을 파병해 실전 경험을 쌓게 하고, 그 대가로 방공망과 전자전 장비 등 첨단 군사 기술을 넘겨받아 냉전 이후 가장 강력한 군사적 자신감을 확보했다"며 "여기에 중국마저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면서 북한의 공세적 핵 독트린 전환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미 양국 정부의 대응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중동 분쟁 지원을 이유로 주한미군 소속 패트리엇과 사드(THAAD) 요격 미사일 자산 일부를 타 지역으로 차출한 점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8월 한미 연합훈련을 '부적절한 적대적 신호'라며 규모를 축소한 팩트를 근거로 들었다.

블루멘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려는 것은 중대한 전략적 패착"이라며 "대화와 양보로 김정은의 호전성에 보상할 것이 아니라 확고한 군사적 억지력을 복원하는 것만이 전 세계를 파멸적 경제 재앙에서 건져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