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 동포 3세 여성이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 동원됐다가 숨진 친족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며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7일 일본 매체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긴키 지방에 거주하는 30대 재일 동포 3세 여성 A씨는 이날 도쿄에서 회견을 열고 야스쿠니 신사 합사 취소와 유골 반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25일 자로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A씨는 태평양전쟁 당시 할머니의 오빠 2명이 일본 해군 군속으로 동원됐다가 1944년 전사했다고 전했다. 1920년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이들은 각각 아오모리현과 히로시마현 일본군 부대에서 근무하다 쿠릴열도 북동단 슘슈섬과 괌 인근에서 숨졌으며 A씨는 이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사실을 올해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A씨의 소송을 지원하는 '재일 동포 야스쿠니 합사 취소·유골 반환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은 A씨의 할머니는 전쟁에서 숨진 오빠 2명을 오랫동안 찾아다니다 끝내 찾지 못한 채 2018년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A씨도 10대 때부터 할머니를 대신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20년 넘게 두 사람 행적과 유골을 추적했다.
A씨는 "침략전쟁을 위해 두 사람을 '일본인'이란 이유로 데려가 죽음에 이르게 하고 패전 후엔 '조선인'이란 이유로 전후 보상에서 배제했다"며 일본 식민 지배받은 피해국 출신 희생자들이 가해국 군신으로 모셔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가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전몰자 정보를 야스쿠니 신사에 제공해 합사에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쟁터에 남겨진 유골을 조사해 반환하고 일본인 전몰자 유족에게 실시하는 유전자(DNA) 감정도 재일 동포 유족에게 동등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태평양전쟁 패전 후 전몰자들 이름 등 관련 정보를 야스쿠니 신사에 제공했고 신사는 이를 토대로 전몰자들을 '영령'으로 합사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전몰자 유족들은 2000년대 이후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합사 취소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해 1월에도 한국인 전몰자 유족 27명이 제기한 합사 취소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 측 상고를 기각했다.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엔 1868년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청일·러일전쟁, 태평양전쟁 등에 참전했다가 숨진 약 246만6000명이 합사됐으며 1978년엔 도조 히데키 등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기소·처벌된 14명도 합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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