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밝혔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0일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5% 급락해 21만7750원에 거래됐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 주가가 5% 넘게 급락했다. 올해 최대 110조원에 달하는 주주환원 계획을 재확인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구체적인 집행 시점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주 매입·소각을 확대하고 주주환원을 조기에 집행하는 등 실질적인 주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만4250원(5.53%) 내린 21만7750원에 거래됐다. 앞서 실적 발표와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한 지난 29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6%까지 밀렸고 전 거래일보다 4.75% 하락한 2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총주주환원 규모가 90조~1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 주주환원 규모를 기록한 2020년(20조3000억원)의 5배를 웃돈다. 2016~2025년 10년간 연평균 주주환원 규모인 13조8000억원과 비교해도 약 8배에 달한다. 3분기 현금배당은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4601원으로 결정했다. 정규배당 376원이 포함된 금액으로 전체 배당 규모는 약 30조원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배당 이후 남은 재원의 활용 방안이다. 삼성전자는 잔여 주주환원 재원으로 현금배당과 함께 상당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년 1월 발표하기로 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을 조기에 실시하고 주주환원 정책 강도를 높이길 바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산법에 막힌 보통주 소각…우선주 매입·소각 대안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배경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규제다. 금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 초과 보유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8.51%, 1.49%로 합산 10%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상대적인 지분율은 상승한다. 금산법상 지분 보유 한도를 넘지 않으려면 금융계열사가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실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보통주 소각의 제약을 피하면서 주주환원 효과를 높일 대안으로 우선주 매입·소각 확대를 제시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소각해도 삼성 금융계열사의 보통주 의결권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돼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자사주 매입·소각은 우선주 중심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남대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당분간 보통주보다 우선주 매입과 소각 비중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환원의 실제 집행 시점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중요하다.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 자사주 매입·소각을 앞당기면 유통주식 수를 줄이고 주당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종욱 연구원은 "주가가 조정받는 상황에서 적절한 주주환원책 집행은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형근 연구원도 "삼성전자 주주환원은 시점의 문제"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에 따른 현금 창출력 확대도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한 안정적인 수요 확보 등을 바탕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남대종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한 저평가 상태로 각 사업부의 경쟁력 강화와 주주환원 추진에 기업가치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D램 공급 부족 속에 삼성전자가 실적을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면 기업가치는 재평가를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