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진 위원장이 지난 20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의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모습./뉴스 1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인 정청래 의원 비자 발급 보류 사태의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당초 진 의원은 국회 국방위 차원에서 여야 방미단을 편성해 11월 1일부터 5일까지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려 했으나 미국 측이 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지난 11~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미주반 국정감사에 가려던 정 의원은 출국 직전까지 미국의 비자 발급 상태가 줄곧 '검토 중(Under Review)'에 머물러 있어 미국행을 포기했다. 반면 진 의원은 출국 예정일(11월 1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지난 12일 신청한 비자가 발급 거부(Refused)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의원은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과 공익건조물 방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다. 그중 국보법 위반 판결문에 따르면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의병회'라는 조직을 만든 혐의를 받았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진 의원도 과거 반미 이력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우리 입법부 요인들에 대해 미국 정부가 잇따라 빗장을 걸어 잠그는 모습은 양국 간 신뢰 체계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진 의원은 강력 반발했다. 그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비자 발급 거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방위원장에 대한 미국의 비자 거부는 대한민국 국회의 위상을 무시하고 한미 동맹의 근간인 상호 존중과 신뢰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했다. 그는 "2014년 3월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바 있기에 이번 처사를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정 의원도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것에 대해 "미국 행정당국이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는 " 황당하고 부적절한 조치에 항의해야 한다" 등 미 정부를 향해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미국 측이 여당 대표를 지낸 의원이나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의 비자를 보류한 구체적인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런 식의 공개적이고 감정적 대응이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10여년 전과 지금의 판단이 달라진 이유를 조용히 알아보는 게 우선 아닌가.

양국 관계가 이처럼 삐걱거리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한국의 안전과 번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미국과의 관계는 한국 외교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애틀랜타로 출국하면서 미국 측에 신속한 비자 발급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간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갈등의 원인을 찾고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감정적, 즉자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미국 역시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바탕으로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동맹의 균열은 양국 모두에 부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