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무릎 관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사진은 서울 잠수교에서 시민들이 러닝하는 모습./조현호 기자


주말 아침 한강공원, 형광색 러닝화를 신은 사람들이 줄지어 달린다. 퇴근 뒤 러닝크루에 나가는 직장인도, 생애 첫 마라톤을 준비하는 50대도 이제 낯설지 않다. 달리기가 일상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달리기·조깅·마라톤 참여율은 2024년 4.8%에서 2025년 7.7%로 뛰었다.

달리는 사람이 늘수록 "그렇게 뛰다간 무릎 다 나간다"는 주위의 걱정도 따라붙는다. 정말 그럴까.

달리기 오래 하면 연골 닳나

연구 결과는 통념과 달랐다. 2017년 국제학술지 '정형외과·스포츠물리치료저널'(JOSPT)에 실린 메타분석은 11만명 넘는 사람들의 자료를 분석했다. 취미로 달리는 사람 가운데 고관절·무릎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100명 중 3~4명(3.5%)으로, 운동하지 않는 사람(10.2%)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엘리트 선수가 13.3%로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과거 부상 같은 다른 요인의 영향도 있을 수 있어 달리기가 관절염을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관절연골은 흔히 물을 머금은 스펀지에 비유된다. 체중이 실리면 수분이 압력을 받으며 충격을 버티고, 발을 떼면 원래 형태로 돌아간다.
국가대표정형외과의원의 김세준 원장은 "연골에는 혈관이 거의 없어 영양분과 노폐물도 주로 수분을 통해 이동한다. 적절한 달리기는 연골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량이 많을수록 무조건 연골에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관절 상태와 회복 능력에 맞게 운동 부하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23년 국제학술지 '골관절염과 연골'(Osteoarthritis and Cartilage)에 실린 메타분석은 달리기 전후 무릎 연골을 MRI로 살핀 24개 연구를 종합했다. 달린 직후 연골의 두께와 부피는 3~5% 줄었지만 변화는 작고 일시적이었고 일부 지표는 1시간30분 남짓 지나 달리기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구진은 연구 규모가 작아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김상훈 오산대 건강재활과 교수는 "달린 직후 줄어든 연골 부피는 충분히 쉬면 회복된다"고 말했다.

무릎 통증으로 병원 찾는 두 부류

무릎 통증으로 진료실을 찾는 러너는 크게 두 부류다. 의욕이 앞서 처음부터 빨리, 오래 달린 초보자는 무릎 안쪽의 거위발 건염, 무릎뼈 아래 슬개건염, 바깥쪽 장경인대증후군, 대퇴슬개통증증후군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오래 달려온 사람이 하프코스에서 풀코스나 울트라마라톤으로 갑자기 강도를 높였다가 병원을 찾기도 한다. 두 경우 모두 운동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과정을 놓쳐 통증으로 이어졌다.

달리기 초반에 아프다가 2~3㎞쯤 지나 통증이 사라진다면 준비운동이 부족했을 수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달리다 보면 몸풀기를 건너뛰기 쉽다. 김 원장은 "무시해도 되는 통증은 없다. 통증의 위치가 고정되고, 규칙적으로 오며, 운동 강도에 비례해 커지는 통증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관절염 있으면 못 뛰나

꼭 그렇지는 않다. 경도에서 중등도 관절염이라도 통증과 붓기가 잘 조절되고 관절 기능이 유지된다면 달리기를 시도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며 흔히 생기는 퇴행성 반월상연골판 손상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MRI에서 파열이 확인됐다고 반드시 그것이 통증의 원인인 것은 아니다. 증상이 안정적이고 무릎 기능이 충분하다면 근력운동과 재활을 거쳐 달리기로 복귀할 수 있다"고 전했다.

50대 이후 러닝, 걷기부터

50대 이후 러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뭘까. 김 원장은 "5㎞를 쉽게 걷지 못하는 사람이 뛸 수는 없다. 같은 거리를 여러 번 쉬지 않고 걷고, 빠르게 걷고,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한 달 이상 시간을 두고 강도를 올려가면 누구라도 장거리 주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릎이 걱정되면 러닝머신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러닝머신은 속도와 경사를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야외 달리기보다 무릎 부담을 줄이거나 관절염을 예방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5㎞를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걷기 → 빠르게 걷기 → 뛰다 걷기 순서로 한 달 이상 강도를 높인다.
거리와 속도, 횟수를 한꺼번에 늘리지 않는다.
늘 같은 곳이 아프고 달릴수록 심해지면 멈추고 진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