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세계인문도시네트워크(WHCN) 총회 토론 세션을 마친 뒤 동행미디어 시대와 인터뷰하고 있다./이화랑 기자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쇠퇴하는 지방도시를 되살리려면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연결하는 '도시의 중심'을 복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신도시 개발로 외연을 넓히기보다 상업·문화·돌봄이 한데 어우러지는 원도심의 골목을 되살려 세대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세계인문도시네트워크(WHCN) 총회 '인구 변화 시대의 사회적 포용' 세션 토론에서 "지방도시들은 공통적으로 중심지가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신도시 개발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원도심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는 결국 세대 간 협력이 필요한 돌봄의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지방도시 쇠퇴의 원인을 단순히 저출생과 수도권 집중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는 게 모 교수의 진단이다. 도시 내부의 '공간 구조' 자체가 사람을 흩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토론을 마친 뒤 동행미디어 시대와 만나 "도시는 사람과 자원을 모아 지역에 필요한 일자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중심지가 없다는 것은 도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원도심 인구가 빠져나갔지만 주거지 위주의 신도시는 상업·산업·문화 기능을 대신하지 못했다. 외부 요인보다 지역 도시의 내부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동도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10년간 시 전체 인구가 9.8% 줄어드는 동안 원도심 6개 동 인구는 1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줄어든 인구 1만6000여명 가운데 9000여명은 20~30대 청년이었다. 모 교수는 "안동은 정체성이 강하고 문화 자원이 풍부해 문화·창조산업을 육성하기 좋은 도시지만, 경주 황리단길·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하회마을 등 전통 자원이 외곽에 있는 데다 시내 신시가지와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으로 원도심의 활력이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모 교수는 해법으로 '중심지의 회복'을 제시했다. 그는 원도심에 사람이 모이고 상업과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골목'을 만드는 게 출발점이라고 봤다. 가게가 있어 사람이 오가고 교류가 생기는 공간 자체가 일종의 공공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작은 건물이 밀집한 골목은 창의적인 소상공인과 새로운 콘텐츠가 자리 잡을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는 "새로운 상권이나 한옥마을을 만들더라도 외곽이 아닌 버스터미널·기차역이나 중심 상권과 가까운 원도심에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목은 여러 세대가 자연스럽게 마주치며 공동체를 이루는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모 교수는 미국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의 '거리의 눈'(eyes on the street) 개념을 들어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이 나와 있으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살피게 된다"며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동네가 밀집돼 있어야 돌봄과 육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동 유교문화는 성장자산"

안동이 이런 공동체를 복원할 자산으로는 유교의 가치를 꼽았다. 모 교수는 가족·공동체·교육·예절을 언급하며 "안동 같은 유교 도시가 AI(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성공할 수 있다. 인간적인 가치에 충실한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국내외 토론자들도 '사람을 연결하는 도시'에서 저마다 해법을 모색했다. 이영식 안동시 행정안전국장은 경로당 5곳을 아이들에게 개방해 월 350여명을 돌보는 세대통합 모델을 소개했다. 안동은 어르신들의 동네 사랑방이던 공간을 방과 후 갈 곳이 부족한 아이들과 함께 쓰도록 해 두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해외 도시들은 노인을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폴란드 오스트루프 비엘코폴스키의 베아타 클리메크 시장은 "시니어위원회를 통해 노인들이 복지·문화·교육 등 자신과 관련된 정책에 직접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있다"며 "노년층을 지역사회로 끌어들이는 것은 단순히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세대 간 가교를 놓는 일"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마니사는 행정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소외되는 주민에게 주목했다. 메흐메트 알리 차으르즈 대외협력부서장은 "고령층과 농촌 주민에게는 직접적인 접촉과 개별 지원이 여전히 필수적"이라며 "각 지역에 주민이 직접 찾을 수 있는 창구를 두고 마을 대표가 주민 요구를 지자체에 전달하는 소통망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 교수는 "골목길 중심의 동네는 사회적 포용을 활성화하는 기본 장치"라며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공간 구조를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맨 왼쪽)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세계인문도시네트워크(WHCN) 총회에 참석해 베아타 클리메크 폴란드 오스트루프 비엘코폴스키 시장에게 도시 정책에 관련해 질문하고 있다./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