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


다음 주 11월 3일 화요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는 미국 정치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선거의 특성상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관심사는 민주당과 공화당 중 누가 상하원 다수당이 되느냐에 주로 쏠려있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는 막강하다. 한 석이라도 더 많이 가진 정당이 모든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차지한다. 예컨대 쿠팡 보고서를 작성해서 발표했던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규제 소위원회의 위원장이 민주당으로 바뀔 수 있고 위원장의 재량권도 상당하다.

또한 민주당의 승리는 트럼프에 대한 심판 차원에서 중요하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전쟁을 무리하게 시작했다가 끝내지도 못한 채 기름값만 올라가게 한 대통령의 실정을 유권자들이 표심으로 응징할 분위기다. 다만 양극화된 미국 사회, 공화당의 선거 자금 및 선거구 재획정 우위, 여론조사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내년 1월 4일에 개원하는 새 의회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를 제대로 견제하게 될까? 쉽지 않아 보인다. 첫째, 강경 이민 정책을 완화하거나 관세 부과에 제한을 걸거나 의료보험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민주당이 애써 통과시킨다고 해도 다음 선거가 없는 트럼프가 무차별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민주당 하원이 트럼프 개인과 측근 비리 조사 청문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한다고 한들 이를 보고 새삼 놀라거나 실망할 미국 유권자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더구나 조사와 폭로 후의 민주당에게는 트럼프 탄핵이라는 숙제가 생긴다. 우선 중도 성향 민주당 의원들에게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 부담이다. 상원 67표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를 쫓아낼 수도 없다. 설사 성공해도 밴스 부통령이 승계해서 2028년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셋째,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의 남은 2년 동안 인사 권한을 견제할 수 있지만 이전부터 트럼프는 의회 승인이 불필요한 권한 대행을 임명해 왔다.

넷째, 트럼프와의 갈등 상황에서 정부 폐쇄(government shutdown) 카드를 쓸 수도 있지만 정치적, 경제적 책임론에서 민주당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미국 의회의 대통령 견제에 대한 교과서적 적용은 트럼프 시대에 잘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미국 중간선거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다. 바로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인 농업주들의 투표 결과다.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의 농촌 지역은 공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농업 비중이 높은 중서부와 대평원의 여러 주는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에 안정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북부가 민주당으로, 남부가 공화당으로 재편되었고, 도시 밖 교외 지역 표심이 중요해졌고, 라티노 유권자들의 표심이 선거마다 달랐던 것과 비교해 보면 농업주들은 공화당의 견고하고 오래된 텃밭이다.

그런데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이 농업주들의 표심이 출렁거리고 있다. 캔자스, 아이오와, 네브래스카 같은 대표적인 농업주부터 제조업과 농업이 공존하는 오하이오, 에너지 산업과 농축산업이 발달한 텍사스까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주들의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우세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표 정책들이 불러온 후폭풍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 트럼프의 강경 이민 정책으로 인한 농촌의 노동력 감소, 중국 및 캐나다와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으로 인한 농산물 수출 감소,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비료값과 디젤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농민들의 수입 감소가 핵심 문제로 등장했다.

돌이켜 보면 2018년에 트럼프가 시작했던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제조업이 쇠락하던 미국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처방전이었다. 2020년 대선 과정에서는 농산물 대량 수출을 담은 1단계 무역합의를 중국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번에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트럼프 임기가 고작 2년 남은 데다 지난달 공항 영접까지 직접 나갔던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도 성과 없이 끝났다. 트럼프 지지 집회에 가서 "USA, USA"를 외치고 귀가해 보면 중국에 팔지 못해 쌓여있는 농산물을 보고도 트럼프를 응원했던 미국 농민들이었다.

하지만 2016년 당선, 바이든 4년, 재집권 4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유산이 자신을 열렬히 지지했던 농업주에서부터 허물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렇게 되면 2028년 대선을 위해 공화당 기부자, 미디어, 정치인들은 순서대로 트럼프와 거리두기를 시작할 것이다. 공약에 어긋난 전쟁을 일으킨 사이 경제까지 악화시킨 6년 차 미국 대통령에게 내려질 심판은 양극화 시대 트럼프라도 비껴가기 어려운 것일까? 아니면 그 어떤 기존의 미국 정치 작동 방식도 트럼프에게만은 통하지 않는 것일까? 결국 이번 중간선거의 투표함에는 트럼프 평가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의 오래된 문법까지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는 미국 텍사스대(오스틴)에서 미국 의회와 외교정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대표적인 미국 정치 전문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윌밍턴) 교수와 윌슨 센터 풀브라이트 펠로를 거쳤고, 한국정당학회 회장과 미국정치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