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분리 한 달 만에 공소청이 경찰에 돌려보낸 보완수사 요구가 1만2465건으로 나타났다. 숙련된 수사 인력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경찰의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사진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뉴시스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없어진 지 한 달 만에 공소청이 경찰에 요구한 보완수사가 1만2000건을 넘어섰다. 경찰은 수사 인력을 3700여 명 늘렸지만, 전체 수사관 10명 중 1명은 수사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인력의 숙련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보완수사 부담까지 커지면서 수사 지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일 경찰청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소청이 출범한 지난달 2일부터 29일까지 경찰이 받은 보완수사 요구는 총 1만2465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45건꼴이다. 이에 앞서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일부터 26일까지 보완수사 요구가 899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5615건)보다 60% 늘었다고 밝혔다. 보완수사 요구는 참고인 추가 조사, 증거 확보, 사실관계 확인 등에 집중됐다고 덧붙였다.

공소청 검사가 경찰의 강제수사에 제동을 거는 사례도 늘어났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24일까지 구속영장 불청구율은 36.2%로, 올해 1~9월 평균(22.2%)보다 14.0%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체포영장 불청구율은 8.4%에서 21%로, 압수수색 영장 불청구율은 2.8%에서 11.7%로 뛰었다.

수사 부담은 커지는데 이를 감당할 수사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수사 경찰은 4만563명으로, 지난해 하반기(3만6823명)보다 3740명 늘었다. 하지만 전체 수사 경찰 중 3739명(9.2%)은 수사 경험이 전혀 없는 인력이다. 전체 수사관의 평균 수사 경력은 지난해 하반기 8.5년에서 올해 7.9년으로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문 수사 자격인 '수사경과'를 자진 반납한 경찰은 올해 9월까지 633명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의 565명을 넘어섰다. 수사 부담이 커지자 수사 현장을 떠나는 '베테랑 수사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보완수사 요구 폭증 속에 수사 현장의 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동대에서 수사과로 자리를 옮긴 한 경찰관은 "사건을 직접 다뤄봐야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가 무엇인지, 재판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경험상 업무에 적응하는 데 2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접 조사가 불가능한 공소청 입장에선 참고인 진술 하나라도 추가로 얻으려면 보완수사 요구를 해야 하지만, 잦은 보완수사 요구는 곧바로 수사 지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 대한 수사의 경우, 경찰은 지난 9월7일 뇌물 등 혐의로 김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현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수사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결국 수사 기간을 한 달 연장한 경찰은 연장 기한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김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