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6일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중앙지방 공소청에서 기존의 검찰이 보관하던 사건 서류 등을 수레에 실은 채 옮기고 있다./뉴시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새 형사사법 체계의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경찰과 공소청 사이에 사건이 오가면서 수사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재판에서는 증거 제출을 둘러싼 혼선까지 빚어지고 있다. 전에 없던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초기 혼선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더라도, 한 달이 지나도록 문제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도 설계 자체에 허점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완수사 요구가 급증한 것이다. 공소청 출범 이후 경찰에 요구한 보완수사는 8900여건으로 전년보다 60%가량 급증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사가 청구하지 않은 비율도 36%로 올해 평균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부실한 수사를 바로잡기 위한 보완 요구와 영장 검토는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공소청이 사사건건 보완수사 요구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소한 증거 보완까지 경찰에 되돌려 보낸다면 사건 처리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불필요한 절차의 반복과 책임 떠넘기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보완수사의 범위와 기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권리 구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보이스피싱 재판에선 피해자가 추가 증거를 제출하려 했지만, 검사가 직접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당초 검사의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범죄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수사기관 권한을 나누느라 정작 국민 권리를 희생시키는 개혁이라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 체제를 떠받칠 인력 부족과 수사 인프라 미비도 여전하다. 수사 경찰은 3700여명 늘어 4만명을 넘어섰지만, 전체의 9%는 수사 경험이 전혀 없다. 중수청은 디지털 증거 분석에 필수적인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데다, 자체 유치장도 마련하지 못했다. 또 전산망 미비에 따라 경찰과 공소청에서 사건 기록을 종이로 넘겨받고, 영장도 직접 들고 법원에 오가는 실정이다. 개청 이후 한 달간 전국 중수청이 구속한 피의자도 6명뿐이다. 단순한 설비 부족을 넘어 기관끼리 협업 체계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예컨대 인공지능(AI) 마약거래 감시 시스템인 '이드러그'는 중수청·공소청의 이관 협의가 지지부진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 기능을 나누더라도 정보와 기술, 전문인력의 유기적 협력까지 끊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런 혼란을 출범 초기의 불가피한 진통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경찰과 공소청의 보완수사 절차를 신속히 정비하고, 증거 제출과 처리에 관한 법적 불확실성부터 해소하는 게 우선이다. 무엇보다 수사 지연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현장에서 어떤 피해가 일어나는지 객관적 실태를 신속히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새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서둘러 개편을 추진한 만큼, 부작용도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